[피플] 김성률 오리온 스낵개발팀 연구원 "막걸리집에서 튀김 먹다 '고추칩' 탄생했죠"

입력 2021-07-04 16:00수정 2021-07-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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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률 연구소 개발4팀 선임연구원 과장 (김혜지 기자 heyji@)

“세 살 입맛이 여든까지 간다”

제과업계에서 속담은 이렇게 비틀어진다. 유년 시절 맛보았던 과자 간식이 평생 추억을 넘어 평생 입맛으로 남는 만큼 잘 만들어진 과자는 ‘장수 브랜드’로 길이 남는다. 현재 인기 장수 과자의 평균 나이는 약 서른 살. 여기, 신생 장수 브랜드를 꿈꾸며 베스트셀러 과자의 평균 나이를 확 낮추려는 사람이 있다. 자타공인 '스낵덕후' 김성률(35) 오리온 개발4팀 선임연구원이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식품화학공학 학ㆍ석사를 마친 김성률 연구원은 석사 시절 '소비자'를 만나면서 소비자 마케팅까지 관심을 갖게 돼 2012년 오리온에 입사했다. 김 연구원은 "석사 때 대추와 복분자를 연구하면서 이걸 음료수로 만들어서 지역에 팔았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라면서 "친구나 가족이 내가 만든 음료수를 마시며 기뻐하고, 소비자들 반응이 곧바로 온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과자기업 회사원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그의 '연구자 DNA'는 살아 있다. 그는 요리하면서도, 음식을 먹으면서도 음식에 쓰인 재료 원리를 토론한다. 일상 곳곳이 과자 개발 아이디어가 나오는 영감의 원천인 셈이다. 김 연구원은 "한번은 아내가 떡볶이를 해줬는데 강황가루가 섞여 있었다"라면서 "떡볶이 먹다 말고 매운맛과 카레맛 궁합의 원리를 꼬치꼬치 캐물으며 신제품 과자 개발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그러려니 한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최근 개발한 고추칩도 일종의 '직업병'처럼 이렇게 탄생했다. 김 연구원은 “고추칩도 대학 시절 친구들을 만나 고추튀김으로 유명한 막걸리 맛집에서 생각해냈다”라면서 “친구들과 레트로 열풍을 이야기하다 고추 본연의 채소맛을 살린 과자를 만들면 어떨까 궁리했다. 그렇게 나온 게 고추칩“이라고 말했다.

과자 개발에 재미가 확 올라간 건 지난해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메가히트작 반열에 오른 '꼬북칩초코츄러스' 개발팀을 거치면서다. 김 연구원은 “내가 만든 과자가 성공하고 소비자들이 ‘맛있다’라고 해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회사 포상으로 유럽도 다녀오고 일주일 유급휴가도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그에게 과자 개발은 ‘희로애락’이 다 들어 있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생산팀과의 이견 조율이 늘 쉽지만은 않다. 가령 연구실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진 과자라고 해도 공장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생산팀과 개발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돌파력은 맛있는 과자에 대한 개발자 특유의 고집이다. 그는 “고추칩 개발에만 2년 걸렸다. 양산하기 쉬운 모양으로 바꾸자는 생산팀 요청이 들어와 요청대로 샘플을 선보이니 바로 납득하더라. 그 맛이 안 나오니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지를 다니며 기술 관련 학술 지식도 꾸준히 쌓는다는 그가 요즘 눈여겨보는 차기 아이템은 뭘까. “식감 이노베이션을 꿈꾼다”라는 김 연구원은 “소비자들 입맛이 상당히 고급화됐다. 굳이 과자를 안 먹어도 맛있는 먹거리도 넘쳐난다. 맛을 넘어 식감으로 차별화한 과자를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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