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오픈런은 중독"…샤넬 가격인상설에 새벽부터 매장 앞 또 '북적'

입력 2021-06-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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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샤넬 가격인상 소문 무성… 전날 매장 '오픈런' 인파에 북새통

▲30일 찾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오픈런'으로 모여든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혜지 기자 heyji@)

“여기 줄 맞아요?”

30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20대 여성이 백화점 안내 요원을 붙잡고 물었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안내 요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은 명품 ‘오픈런’을 하러 온 인파로 줄이 미로처럼 엉켜 있었다. 안내요원은 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줄을 묻는 고객 응대를 위해 분주히 뛰어다녔다.

다음 달 1일 샤넬이 인기 제품 위주로 가격이 오를 거란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명품 매장으로 뛰어들었다. 재고가 떨어지기 전 명품을 재빠르게 사오기 위해 매장 오픈 시간에 맞춰 뛰어간다는 뜻의 '오픈런' 현상이다. 백화점 문을 열려면 한시간이나 남았지만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 모인 인원만 70~80명 수준이었다. 새벽 일찍부터 나온 듯 대부분의 사람은 캠핑 의자에 앉아 졸고 있거나 돗자리를 깔고 앉아 삼삼오오 대기 중이었다. 대기 줄은 매장 인근은 물론 근처 부지를 한 바퀴 감을 정도로 길었다.

국내 명품 커뮤니티, 패션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 샤넬은 클래식 플랩백 등 주요 인기품목 위주로 약 12% 내외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유럽 측 가격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명품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샤넬코리아 측은 "7월 가격 인상 관련해서 현재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샤넬코리아 측은 "샤넬은 제작비와 원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보통 전 세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한다"라면서 "가격 조정은 필요한 모든 국가에서 진행되며, 전 세계에서 일관성 있는 가격에 샤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 역시 유로화 기준 가격 대비 ±10% 범주 내로 조정된다. 조정이 항상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30일 찾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오픈런'으로 모여든 고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혜지 기자 heyji@)

무성한 가격 인상 소문에 소비자들이 택할 길은 오픈런뿐이다. 이날 새벽 5시부터 매장 앞에서 줄섰다는 20대 여성 A 씨는 “커뮤니티에서 내일부터 가격 오른다는 소문에 새벽부터 찾았다”라면서 “그런데도 이미 대기자가 많더라. 대기번호 10번을 받았다. 4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재고가 없으면 허무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예물 문제로 매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남성 B 씨도 “결제 대금 처리 때문에 온 것뿐인데 사람이 너무 많다”라면서 “내일 오른다는 소문 때문에 이런 것 같다”라고 했다.

인근 롤렉스 매장도 ‘성골’(오픈런으로 백화점 등 국내 정식매장에서 제값 주고 물건을 사는 데 성공하는 것)을 위해 모여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한 젊은 여성은 연신 “여기 혹시 롤렉스 줄 맞나요”라고 묻고 다니며 30~40명대로 이어진 줄에 간신히 합류했다. 매장 인근에서 일한다는 환경미화원 C 씨는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매일 같이 사람들이 와서 저렇게 줄 서고 있다”라면서 “뭘 깔고 앉는다고 종이상자 같은 걸 가져오고 그대로 놓고 가 쓰레기도 꽤 늘었다”라고 했다.

백화점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손 세정제를 든 안내 요원 두 명이 더 나타나 "간격을 유지해 차례로 입장해주세요"하고 외치며 고객들 손에 부지런히 소독제를 뿌렸다. 그 새 매장 정문 앞은 인파가 더 들끓고 있었다. 굳게 닫혔던 백화점 매장문이 활짝 열리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듯 주저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한 명이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고객들도 안으로 냅다 뛰어들어갔다.

(연합뉴스)

오픈런 등 명품 시장의 활황은 사람들의 '보복심리' 분출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동향물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심리지수는 110.3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 높아져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불붙은 소비 욕구는 명품으로 쏠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인이 명품에 쏟아부은 돈만 약 15조 원에 달한다.

매장 안으로 오픈런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조금 전 만났던 직장인 A 씨가 울상을 하고 "결국 오늘도 못 샀다. 재고가 없다고 한다"라며 다시 말을 걸어왔다. 오픈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A씨는 다시 오픈런을 하겠냐는 물음에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건 중독이다.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 원하는 물건을 얻을 때까지는 꾸준히 (오픈런)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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