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무늬뿐인 재활용부과금

입력 2021-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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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총 3조3000억 원 규모의 지역 지원금을 내건 ‘수도권 대체매립지’가 재공모 중이다. 지난 4월까지 환경부는 수도권 대체매립지 입지 후보지를 공모했으나 응모한 자치단체가 없었다. 재공모를 했으나 여전히 자치단체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수도권 매립지가 위치한 인천시는 2025년 종료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대체매립지 확보 대책이 다급한 상황이다.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4만8728톤에서 2017년에는 5만3490톤으로 9.8% 증가했다. 1인당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0.94kg에서 1.01kg으로 7.4%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배달음식과 생활용품의 주문량이 급증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기준 하루 5088톤으로 전년도 상반기 4402톤에 비해 15.6%나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재활용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자 유럽은 플라스틱 폐기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페트병 등 9종의 포장재에 대한 재활용 용이성 등급기준 강화, 2022년까지 1회용품 사용량 35% 감축, 재활용하기 어려운 품목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수도권 대체매립지 선정 난항, 생활폐기물 급증, 불법 폐기물 방치 등 폐기물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젠 제품 사용 후 폐기물이 된 후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제품의 제조·생산단계부터 폐기물로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될 수 있게 유인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00년도에 도입된 EPR는 제품 생산자 및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부과금을 물리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폐제품을 소각·매립 등으로 처분하기보다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활성화해 자원 이용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과거에는 생산자가 제품을 생산하여 이를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제품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소비자와 지자체가 처리하였다. EPR 도입 이후에는 생산자가 폐기물의 회수 및 재활용까지 주도하도록 생산자의 책임이 확대되고 있다. EPR를 더욱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의무 미이행 시 부과되는 재활용부과금의 현실화가 급선무이다.

재활용부과금은 재활용의무생산자가 목표 재활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 부여되는 일종의 페널티로서, 폐기물 발생량을 감소시키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노력을 하도록 하는 유인체계이다. 재활용부과금은 환경개선특별회계의 세입으로 들어와 자원재활용법 제20조에 따라 폐기물 재활용 사업,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와 그에 대한 지원 등의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환경부가 밝힌 연간 폐기물 처리비용 15조 원에 비해 지난해 재활용부과금 세입예산은 244억 원에 불과하다.

재활용부과금이 적은 이유는 재활용부과금의 산정기준인 재활용기준비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기준비용은 2003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어 현실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한 합리적 비용 산정이 안 되고 있다. EPR 도입 초기 철 캔은 1kg당 87원으로 전체 캔의 95%, 알루미늄 캔은 1kg당 15원으로 5%를 차지하였다. 현재는 알루미늄 캔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EPR 단가는 제도 도입 초기의 철 캔에 맞춰져 있어, 생산자가 재활용시장에서 상품가치가 높은 알루미늄의 재활용을 늘릴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전반적인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함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독주택 배출 재활용 폐기물의 경우 지자체에서 수거 및 1차 선별의 책임을 지고 있는데, 재활용 소요 비용의 20∼50%를 차지하는 수거 및 선별 비용이 재활용기준비용 산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폐기물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 또는 매립되는 경우 그 비용도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다. 실질적인 사회적 비용이 재활용 과정에서 생산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비용 일부를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이 부담하는 구조이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부양책 자금 확보 등을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당 0.8유로(1076원)를 부과한다. EU 회원국들은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계산하여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EU에 지불해야 하는데, EU 집행위원회는 연간 66억 유로(8조8770억 원) 규모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세’ 도입까지는 아니더라도 EPR의 재활용부과금이라도 재활용기준비용을 현실화하여 폐기물 처리 축소와 함께 세수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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