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인간은 누구나 결국 혼자인가? ‘인디에어(In the Air)’

입력 2021-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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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살면서 우리가 가장 공포스럽게 느끼는 말 중에 하나는 “당신 해고야!”가 아닐까? 40대 중반의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의 직업은 1년에 322일, 미국 전역을 다니며 직원에게 해고를 직접 통보하는 일이다. 또한 큰 무리 없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기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지만 처음엔 분노와 저항을 하다가 이내 체념과 순응에 이르게 되며, 건네주는 ‘퇴직 후 매뉴얼 북’을 순순히 받아 회사 밖으로 나가는 수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촬영할 때 실제로 해고된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실감이 난다.)

해고 전문 베테랑인 빙햄은 삶의 유일한 목표가 세계 일곱 번째로 비행 1000만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일 정도로, 타인에 대한 관심도 가족과의 관계도 멀리한 지 오래 되었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없다. 비행기에 앉아 있을 때가 텅 빈 자신의 임대 아파트보다 훨씬 편하다고 느껴진 지 오래다.

이렇듯 순탄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심상치 않는 변화가 찾아온다. 회사가 온라인 해고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를 영입하고 영상으로 해고 통보를 시작한 것. 그런 방식으론 원만히 해고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나탈리와 동반 출장을 가게 되는데, 출장지에서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알렉스(베라 파미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역시 하나보다 둘이 낫구나 하는 생각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런 변화도 오래가지 못한다.

탄탄한 각본은 원작 소설에 의지하였고, 그 대가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해고라는 냉엄한 현실을 예리하게 바라보지만, 영화는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를 넘나들며 등장 인물들의 독특한 사연이 교차한다. 나이 들수록 믿음직한 스타 배우로서 빛을 발하고 있는 조지 클루니는 본인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역을 맡았고, ‘컨저링’에서 공포스런 연기를 보여준 베라 파미가의 농익은 모습, 그리고 청순한 매력의 안나 켄드릭도 마냥 사랑스럽다.

여동생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망설이는 예비 매제에게 빙햄은 “인생을 항해할 때 부조정사가 꼭 필요하다”고 충고하지만, 정작 본인이 겪게 되는 상심을 통해 인생은 결국 누구나 혼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빙햄의 머릿속에선 이제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하는 듯하다. ‘그래 인간은 결국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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