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 언제 어떻게 사야 하죠"

입력 2021-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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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정치경제부 기자

전기차는 제값을 주고 사는 차가 아니다. 보조금을 받고 산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비싸고 불편하지만 보조금이 있어 전기차 선택의 부담을 덜어준다.

올해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약 1조 원에 달한다. 보조금 덕분에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전기차 보급에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이 보조금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은 과연 내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보조금은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을 매칭해 지급한다. 하지만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지자체 곳곳에서 보조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은 4만5750대 규모다. 환경부 예산은 7만5000여 대지만 지자체가 확보한 매칭 보조금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부족한 3만 대분의 보조금 지급을 위해 환경부는 지자체와 추경을 협의하고 나섰고, 다행히 이르면 7월부터 추가 예산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고, 소비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차량 출고가 늦어져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안에 차량이 출고까지 돼야 하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이 기한을 넘기게 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보조금을 못받는 일부 소비자는 구매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는 제조사들을 불안하게 한다. 테슬라는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는 3월에 맞춰 국내에 들여왔다. 반면 반도체 대란과 구동부품 차질 등으로 아이오닉5 생산·출고가 늦어진 현대차는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다. 불안의 연속이다.

이같은 문제는 '선착순' 보조금 지급방식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차량등록세 할인, 배기가스 측정 면제 혜택 등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본은 주행 가능거리, 중국도 전기차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책정한다. 보조금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선착순이 얼마나 불공평하고 불확실한지. 달리기를 잘하는 누군가가 편히 쉴 때 발이 느린 누군가는 또다시 달려야 한다. 발이 느린 나는 전기차를 언제 어떻게 사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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