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안계현 현대건설 건축주택연구팀장 "층간소음, 법적 기준보다 소비자만족 맞추려 노력"

입력 2021-06-22 07: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코로나19 이후 TFT 구성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 개발
"사람마다 청감 달라"…1dB 줄이려면 30% 성능 개선 필요

▲안계현 현대건설 기술연구원 건축주택연구팀장(책임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가장 뜨거운 이슈는 층간소음"이라며 "법적 기준이 아닌 소비자 만족 기준을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택 근무가 일상화됐고, 그만큼 집에 있는 시간은 늘어났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집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휴식을 취하고 머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가와 취미를 즐기는 공간, 생산 활동까지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집의 가치가 확장되면서 건설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 나은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하고 집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아파트' 건설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주거 환경 변화에 건설사 연구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건설사 연구원은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위한 연구·개발뿐 아니라 공사 현장이 어떻게 해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대건설 안계현 기술연구원 건축주택연구팀 팀장(책임연구원)을 만나 코로나 시대 건설사 연구원들의 일상과 고민 등을 들여다봤다.

▲안 팀장은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기술 개발을 할 것"이라며 "그 시작이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층간소음 잡는 게 최우선 과제"

안 팀장이 속한 현대건설 기술연구소는 최근 층간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고성능 바닥구조시스템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을 개발했다. 타 건설사들이 통상적으로 실험실에서 층간소음 테스트를 측정하고 인증받는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직접 현장에서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 건설사 최초로 현장 인정서를 획득한 것이다.

안 팀장은 "요즘 우리 연구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층간소음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층간소음 민원이 늘어나 우리도 작년 5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며 "그 일차적인 결과물이 H 사일런트 홈 시스템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층간소음에 대한 법적 기준과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기준은 다르다"라며 "그동안에는 건설사들이 층간소음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맞추는 것을 중요시했는데, 이제는 소비자 만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층간소음 1데시벨(dB)을 줄이기 위해서는 약 30%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팀원들 모두가 스트레스로 고생을 많이 했다.

안 팀장은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서 층간소음 시스템을 적용한 청감실험을 했다. 직원들마다 일정 소음에서 어떻게 느끼는지가 다 다르더라"면서 "소리라는 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차이가 크다 보니 (소음 차단 정도를) 만족시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기쁨도 맛 봤다. 그는 "팀원들이 1년간 매일 야근을 하다시피하고 여름휴가도 못 갔다. 이런 고생 끝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왔고, 우수사원상을 TFT 전체에 줬다. 누구 하나에게 집중된 상이 아니라 팀으로 받은 상이라서 그 의미도 더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 개발한 층간소음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3분기 말, 늦어도 4분기에는 현대건설 브랜드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적용될 전망이다. 안 팀장은 "이번 서비스에 'Ⅰ'이 붙은 건 이제 첫 번째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많은 숙제를 개선해서 'Ⅱ', 'Ⅲ'의 시스템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건설현장이나 사업본부에서 주로 있었다는 안 팀장은 기술연구원으로 옮겨와 연구단계와 개발단계에서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연구+개발단계, 두 가지를 만족할 결과물 내놓고파"

안 팀장이 기술연구원으로 옮긴 지는 1년 6개월가량 흘렀다. 이전에는 건설 현장이나 사업본부에서 주로 근무했다. 최근에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덕분에 건설 현장에서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고 연구·개발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고민이 있다. 단순히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만 연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먼 미래에 사람들이 원하는 주거 환경과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건설 현장을 만들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연구원으로 옮겨와 건설 현장에 있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진짜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걸 개발하는 게 좋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다"면서도 "너무 현업만 생각하면 당장에 필요한 기술에만 집중하게 되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는 "당장에는 현실화될 수 없지만 조금 더 먼 미래에는 현실화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있지 않나"라며 "이런 부분을 균형 있게 맞춰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