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박혜나 "11년 만에 연극 무대에…'배우'이고 싶어요"

입력 2021-06-1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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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녕, 여름' 위해 대학로 출근…"'위키드' 모리블 학장 하고 싶어요"

▲연극 '안녕, 여름' 박혜나 프로필. (사진=알앤디웍스)
요즘 배우 박혜나를 보려면, 대학로를 찾으면 된다. 그가 11년 만에 연극 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위키드'의 초록 마녀부터 '데스노트', '프랑켄슈타인' 등에 출연하며 대극장 뮤지컬 공연에서 볼 수 있었던 그를 연극 '안녕, 여름'에서 볼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출발을 대극장에서 한 게 아니라 대학로가 익숙하다"는 그는 요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채워 넣은 텀블러를 들고 대학로에 출근하고 있다.

"저는 호기심이 많고 욕심이 많아요. 다 잘해내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도 배우고, 연극배우도 배우잖아요. 노래를 잘하려면 연기도 잘해야 하고, 연기도 모든 장르를 경험해야 다음 작품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한 곳에 고여 있으면 정체되고 매너리즘에 빠질 거 같아 새로운 걸 찾다 보니 '안녕 여름'을 만났어요."

'안녕, 여름'은 설렘보다 익숙함이 더 친숙한 결혼 6년 차 부부 태민과 여름을 중심으로 사진작가 지망생 동욱, 배우 지망생 란, 이들의 지인 조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까이 있어 몰랐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연극이란 평을 받는다. 박혜나는 "태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모두가 중심이 돼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가진다. 이때 드러나는 건 인물들의 다양성이다. 아픔을 가진 이들이 그 아픔으로 인해 충돌하고 소통한다. 그러면서 서로서로 치유해주는 과정이 관객에겐 공감과 위로로 다가온다.

"한 가지 메시지만 담고 있지 않은 작품이에요. 관객이 다양한 만큼, 각각 직면한 상황에 따라 다른 공감을 받으실 거라 생각해요. 조지한테 공감하는 사람은 '나중에라도 자아를 찾자', '남의 눈치를 보지 말자'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란에게 마음이 간 사람은 '항상 잘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할 거예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받아가셨으면 해요."

▲연극 '안녕, 여름' 박혜나. (사진=알앤디웍스)

박혜나는 자신이 맡은 여름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관객들이 여름에게 굳이 공감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단다. 박혜나는 이 과정에 대해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말, 박혜나의 여름인 씩씩하고 덤덤하다.

"연습할 때 울지 않았어요. 여름이는 최선을 다했거든요. 태민과 관객은 울 수 있지만, 여름이는 우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 감정에 취하면 안 될 거 같았거든요. 물론 자칫 제 감정에 빠져서 여름이가 아닌 혜나가 나오는 순간도 있어요. 필터링이 저이기 때문에 제 목소리와 제 표정이 나오는 거죠. 제 캐릭터 소화량을 눈물량으로 재고 싶지 않아요. 제가 무대에 설 때 얼마만큼 집중했는지가 더 중요해요."

극 중에서 박혜나는 태민 역의 배우와 티키타카를 하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인다. 남편인 배우 김찬호와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희 남편과 태민은 좀 달라요. 태민이처럼 요리는 안 하지만, 자신의 밥을 차려달라고 하지도 않죠. 남편은 자상한 스타일이긴 해요. 옷 정리도 잘해서 제 옷도 정리해줬으면 좋겠어요. 여름이가 남편 태민이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장난치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모습은 저와 많이 닮았어요. 전 나쁜 일을 잘 잊어버리고 재밌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는 연극에 대한 갈증을 '안녕, 여름'으로 해소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서 어려운 대사가 아닌 현실 언어를 쓰는 드라마 톤의 대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기회가 온 거다. 다만 '사람들이 노래 부르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때때로 들었다. "제가 연기를 더 파고 싶단 마음 때문에 관객이 원하지 않는 연극을 하는 건 아니란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그 고민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헛된 거더라고요."

▲연극 '안녕, 여름' 연습실 스케치. (사진=알앤디웍스)

박혜나는 최근 씨제스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다. 뮤지컬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가 연극으로 온 시점과 FA시장으로 나온 시점이 맞물린다. 박혜나는 "제 개인적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오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혼자 해보니, 제가 정말 많이 성장했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회사가 없을 땐 회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어요.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그것들도 혼자 할 수 있겠더라고요. 신기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가 다시 만나고 싶은 역할은 '드림걸스'의 '에피'다. 힘들었던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만들고 싶단 마음에서다. "10kg을 급하게 찌웠던 기억이 나요. 살찌우지 말고 특이한 개성을 가진 에피를 해야 했는데, 후회가 남아요. 잘못 계산한 거 같아요. 얼굴엔 티가 많이 안 나는 편이라 배만 나오더라고요. 사람들이 배에 뭐 넣었냐고 묻기도 했어요. 다 제 배였는데." (웃음)

박혜나는 자신의 인생에서 꼽고 싶은 단 하나의 작품은 '위키드'라고 했다. 관객들도 여전히 엘파바 모습의 박혜나를 기억하고 있다. 그 역시 작품이 계속된다면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뮤지컬 배우 박혜나가 2013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진행된 뮤지컬 위키드 프레스콜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투데이DB)

"엘파바 역할은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어요. 대사도 지금 읊기엔 부끄럽네요. 초연했을 때 나중에 위키드에서 무슨 역할을 맡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모리블 학장'이라고 답했어요. 연륜이 쌓이면 꼭 모리블 학장을 해보고 싶어요."

박혜나는 인터뷰 중 자신의 첫 음반을 7월에 낼 거라는 '깜짝' 계획을 전했다. 박혜나는 "올해 데뷔 20주년이 됐는데, 더 늦으면 20주년이 되기에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고민 끝에 앨범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앨범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에 이름 올린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이 참여한다.

"저는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제공해드리는 것이 정말 기뻐요. 무대에 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관객들이 무대를 만들어주시는 만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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