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술실 CCTV 설치법’ 정면 반대…찬성 여론 의식했나?

입력 2021-06-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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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수술실 CCTV 설치법 반대에 정면으로 나섰다. 23일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수술실 CCTV 설치법 재논의를 앞두고 대리수술 의혹 사건이 발생하며 법안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인척과 광주에 위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를 대신해 수술하는 행위가 상습적으로 이뤄진 의혹이 제기되며 사회적 논란을 샀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지난해 7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와 함께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술실 내 의료행위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되어 있어 병원의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빈번히 발생해도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정보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비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 등 부정의료행위, 마취된 환자에 대한 성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의협은 17일 성명 발표를 통해 “이번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ㆍ운영만으로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수술실 내 CCTV 의식에 따른 의료진의 방어적‧소극적 대처 △빈번한 의료분쟁 확대 △환자의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반대하고 있다.

의협 측은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수술실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잠재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곳”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어 의료진의 집중력 저해를 초래하고 의료인에게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고 일반화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다면 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 요청하는 건 빈번한 의료분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수술실은 환자의 환부, 나체와 같은 극히 민감한 사생활 영역이 노출되는 장소인데 환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수술 영상이 유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수술실을 운영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설치에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두고 대립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7일 "투명한 정보공개 시대에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 고유의 권한 침해인 것처럼 침소봉대하며 반대하는 것은 배타적 특권의식에 불과하다”며 "변호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국가공무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자격이 박탈되는 기준을 의사에게 적용하는 것이 '과잉처벌'이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인데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찬반을 지금 언급하기보다는 좀 더 숙성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기하고 있다”며 "입법 내용을 찬성하면 선, 반대하면 악이라는 식으로 야당을 대하는 방식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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