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들이 MZ세대(1981~2010년생) 코드 맞추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프로게이머 여니’, 정세균 전 총리는 ‘강(强)세균’,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최메기(MEGI)’ 등 이른바 ‘부캐’(부캐릭터의 줄임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에 마련된 롤(LOL·리그오브레전드)파크를 찾았다. 롤파크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전용 경기장이다. 그곳에서 전직 프로게이머 강형우 씨로부터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강습을 받고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을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스포츠와 산업의 관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기존에 갖고 있던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17일 대권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틱톡’에 나타났다. 틱톡은 음악과 춤을 합친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SNS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정 전 총리는 틱톡 영상에서 평상복, 마술사, 카우보이, 힙합 패션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더니 마지막으로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문구가 쓰인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다.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첫 콘텐츠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응인 셈이다.
여당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젊은 박용진 의원은 정 전 총리보다 앞서 틱톡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박 의원은 자신의 틱톡 첫 번째 영상으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춤을 선보였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에서 곰돌이 티셔츠 차림의 부캐인 신인 가수 ‘최메기(MEGI)’를 선보였다.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 마리 메기처럼 활동하겠다는 취지다. 최 지사는 지난 14일에는 후렴구가 계속 반복되는 노래 ‘걱정 마’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권 대권주자들의 ‘부캐 마케팅’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기존 이미지를 보완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일각에서는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어거지 느낌”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젊은 사람’의 고민이 뭔지 공감하는 대신 흉내내기에 바쁜 것 같다”는 비판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상 첫 30대 당 대표가 나오자 벼락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그냥 웃어넘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