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신고해라”…‘백신 이상 반응’ 신고 쉬쉬하는 일부 병원

입력 2021-06-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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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과다ㆍ과소 투여 사례도 발생
일부 현장서 원칙 지켜지지 않아…'K-방역' 흔들릴까 우려
질병청 "백신 접종 후 인과성 없더라도 이상 반응은 신고하는 게 원칙"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과다ㆍ과소 투여 사례로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 반응에 대해 일부 병원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다수 의료진의 헌신으로 이뤄낸 ‘K-방역’ 원칙이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고 있다.

김모(62) 씨는 7일 허리 통증으로 강서구 B 병원을 찾았다. 백신 접종 이틀 뒤였다. 김 씨는 백신주사를 맞은 강서구 A 병원에 이상 반응을 호소했지만 “국가에 신고하라. 우리는 모른다”는 답만 받았다.

이상 반응 신고는 인과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신고 주체를 ‘환자를 진료한 의사’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보다 가족이 먼저 이상 반응을 확인하면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서 직접 신고할 수 있지만 이때도 담당 보건소가 병원을 통해 정보를 받는다. A 병원은 질병관리청의 원칙을 무시한 셈이다.

B 병원도 이상 반응 신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완연한 이상 반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 대신 20여만 원이 넘는 무통 주사를 권했다. 김 씨는 결국 구급차를 불러 C 병원을 찾았고, 혈액검사 등 이상 반응에 관한 검사를 받은 후 괜찮다는 진단을 받고 안정을 찾았다.

B 병원 관계자는 “김씨가 이전에도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적 있는 데다 백신 이상 반응으로 보이지 않아서 주사를 권유한 것”이라며 “확실한 이상 반응이 아니면 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처음 환자가 왔을 때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접종 이후 A병원이나 B병원 모두 근육 통증에 안면 부종까지 호소했지만 이상 반응 신고는 물론 검사조차 안 해줬다”고 말했다.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10일 최 모(30) 씨도 서울 한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한 뒤 안면 마비 증상을 겪었다. 119구급차로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해당 병원은 “백신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만 했다. 최 씨는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어 약도 먹지 않는데 백신 접종 후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병원에서 백신과의 연관관계를 배제하니깐 황당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상반응 신고를 다른 주체에게 떠넘기는 사례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아버지는 지난달 6일 화이자 접종을 한 후 5일 뒤 대동맥박리(대동맥 혈관벽이 찢어지는 질환)라는 진단을 받는 등 이상 반응 증세가 의심됐다. 정 교수는 신고를 위해 질병청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은 보건소에 연락하라고 말했다. 보건소는 다시 병원에 확인한다고 답했고 병원은 "백신 연관성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답을 주면서 신고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다수의 병원이 백신 접종 이후 문제가 생기면 이상 반응 검사를 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담당 보건소에 신고한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보건소, 질병청과 사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검사와 신고를 꺼리고 있다. 이상 반응이 아니라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도 한 이유다.

질병청 관계자는 "접종 이후 나타난 이상반응은 인과성과 관계없더라도 신고하는 게 맞다"며 "현장에서 신고체계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재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오접종'도 발생하고 있다. 전북 부안군의 한 의원 의료진은 5명에게 투여할 분량의 얀센 백신을 한 명에게 투여했다. 인천 한 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정량의 절반만 투여하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오접종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관계자는 “의료기관에는 예방접종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백신 접종에 철저히 할 것을 요청하고 의료계와 함께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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