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특공' 결국 폐지로… 법안 입법예고

입력 2021-06-10 09:46수정 2021-06-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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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특공) 제도 폐지를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특공을 기다리던 수요자는 행정소송까지 거론하며 맞서고 있다.

국토부, 이전기관 특공 폐지 입법예고
국토부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특공 제도를 폐지하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9일 입법예고했다. 정부 입법에 필요한 절차 등을 고려하면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전기관 특공은 세종 행복도시로 근무지를 옮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ㆍ민간기업 직원을 위해 분양 물량 일부를 할당하는 제도다. 현재 행복도시 권역에서 분양하는 주택 중 40%가 이전기관 특공 물량으로 배정돼 있다.

지난달 정부ㆍ여당은 이전기관 특공 제도를 이용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를 폐지하기로 했다.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행복도시 이전 기관이 아닌 데도 세종에 유령청사를 지어 특공 혜택을 누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 여론이 급속히 악화된 게 결정적이었다.

특공을 통해 받은 아파트를 팔아 차익으로 수억 원을 챙기는 '특공 재테크'도 여론 악화에 한몫했다. 특공 재테크로 비판을 받은 공직자 중엔 노형욱 현 국토부 장관도 포함돼 있다. 노 장관은 특공으로 2011년 2억8000여만 원에 세종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하루도 살지 않고 2017년 5억 원에 팔았다.

특공을 받을 수 없는 일반 청약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특공 물량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종에서 분양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전체 1350가구 중 540가구가 이전기관 특공 물량으로 할당됐고 일반공급 물량은 376가구였다.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특공 대상자들
반면 특공 대상자 사이에선 원성이 터져 나온다.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특공 축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관평원 사태 이후 폐지 쪽으로 급선회해서다. 정부 부처만 해도 2019년 세종으로 이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행정안전부 공무원은 2024년까지 예정됐던 특공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

특공 폐지가 확정될 경우 이들이 '내 집'을 마련하려면 일반 시민처럼 경쟁률이 세 자릿수가 넘는 일반분양 물량을 노리거나 기존 주택을 매수해야 한다. 이들이 특공을 기다리는 동안 세종시 집값이 급등했기에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특공 대상자들은 행복도시 건설이라는 정부 정책 때문에 근무지를 옮겼는데 갑자기 주거가 불안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은 특공 주택에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한 실거주 의무(최장 5년 간)가 도입된 만큼 완전 폐지까지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난해 세종에 분원을 설치한 충남대학교병원에 근무하는 최 모씨는 "이전기관 특공 대상자로서 기존 집도 처분하고 배우자와 자식, 온 가족을 데리고 세종으로 전세로 들어와 힘들게 하루하루 살고 있다"며 "가정의 인생이 달려있는 만큼 기존 해당자들까지는 기회라도 가질 수 있도록 이전기관 특공 유예 기간 및 연장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특공 폐지 결정 직후 "이전 공무원들의 현실적인 주거 안정 문제는 특공이 아니라 하더라도 공무원 임대주택과 같은 별도의 대책을 세워서 반드시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국토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건의할 특공 폐지 보완 대책을 준비 중이다.

특공 대상자 중 일부는 변호사 선임비용을 모금하는 등 특공 폐지를 막기 위해 행정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급작스런 특공 폐지는 '신뢰 보호의 원칙(행정기관 언동의 정당성ㆍ계속성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다만 승소 여부는 불투명하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특공 폐지로 훼손되는 대상자들의 기대 이익이 특공 폐지를 통해 확보하려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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