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폭풍 “미안하지만 선당후사 좀” vs "밖에서 먼지 털고 오라는 것"

입력 2021-06-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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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익위 조사 의혹 드러난 12명 의원 탈당권유
송영길 "우상호, 어쩔 수 없이 보내 마음 아파…잘 소명하고 올 것"
우상호 비롯 오영훈·김회재·윤미향·양이원영·김한정 공개반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의혹이 드러난 12명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당 지도부는 억울하더라도 ‘선당후사’를 해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당사자들은 반발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은 지난 8일 권익위의 민주당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에 거론된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김한정·서영석·임종성·김수흥·양이원영·오영훈·우상호·윤재갑 의원에 탈당을 권유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죄 추정 원칙상 과도한 선제 조치이지만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집권당 의원이라는 신분을 벗고, 무소속 의원으로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해 달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 마디로 ‘밖에서 먼지 털고 들어오라’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부동산 ‘내로남불’ 문제로 민주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소명 기회를 주면 ‘제 식구 감싸기’ 프레임에 갇힐 우려가 있으니 선제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9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권익위 처분에 문제제기를 시작하면 조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따로 소명 절차를 갖지 않고 본인 스스로 소명하기 바란다는 취지”라며 “당사자들과 소통해 지도부의 선제조치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특히 우상호·김회재·양이원영·김한정·윤미향 의원 등은 엄밀히 말하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그럼에도 당이 의원들을 감싸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선당후사 정신으로 고생을 좀 해 달라는 게 지도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우 의원에 탈당 권유를 한 데 대해 침울한 심경을 밝혔다. 송 대표는 이날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4주기 추모식에서 “한열이 하면 생각나는 게 우상호다. 제 동지이자 친구인데 저 때문에 이곳에 오지 못한 것 같다”며 “집 한 칸 없이 전세아파트에 살면서 어머니 묘소 하나 만든 것에, 권익위의 부실한 조사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밝히고 돌아오라고 보내는 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열사는 1987년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앞두고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쓰러져 생을 마감했고, 그 사진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 의원은 이 열사 장례식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송 대표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원에 대해 “권익위는 수사권이 없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소명하라는 취지인 만큼 잘 소명하고 올 거라고 본다”며 다른 탈당 권유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 “잘 고민하고 수용하실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보고회'에서 조국 전 장관 및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우 의원은 탈당 권유를 거부한 상태고, 다른 일부 의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우 의원은 전날 입장문에서 “어머니의 묘지를 쓰기 위해 급하게 해당 농지를 구입하게 된 과정과 이후 계속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농지법 위반 의혹 소지라는 판단은 받아드릴 수 없다”며 “당이 소명 절차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영훈 의원도 같은 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방적 조치를 취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탈당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회재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 확인도 않고 부실한 조사로 수사를 의뢰한 권익위에 즉각적 의뢰 철회와 정중한 사과를 촉구한다”며 “합당한 조치가 없을 시 법적 대응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미향 의원은 배우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조치에 헛웃음만 나온다. 별 시답지도 않은 일을 부동산 투기 의혹이라며 막 써대는 언론 보도에 씁쓸함과 가련함을 느낀다”며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소탐대실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큰 실망이다. 대선을 앞두고 짜여진 각본처럼 놀아나는 독화살 품은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이 보여준 펜대 놀음의 끝이 어디일지 염려된다”고 비난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어머니 토지 구입에 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경찰 조사에서 이미 확인됐다. 연좌제로 처벌받아야 하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김한정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정당 생활 30년인데 이런 경우는 수용할 수 없다. 부당한 결정과 잘못된 판단을 용인한다면 그건 선당후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탈당권유 조치를 옹호하고,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가 불응 시 제명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각기 “이번 출당조치에 대통령을 끌고 가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하고 “원내부대표 위치에서 할 말만 하라”고 쏘아붙였다.

당 관계자는 “탈당권유 조치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당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억울한 측면이 명확한 의원들이 꽤 있어서 당 지도부와 권익위에 역풍이 불 우려도 있다.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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