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500兆 시대’ 중기·서비스업, 빚으로 버텼다

입력 2021-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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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대출' 또 만기 연장…은행들 "부실뇌관 될라"
1분기 서비스업 대출 31조 증가…자금난·정책지원

#부산에서 헬스장을 운영 중인 A 씨는 지난 한 해 동안 1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회원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 한때 문을 닫는 것까지 고려했었지만 다행히 임대료 90%를 감면해주겠단 ‘착한 임대인’ 덕분에 폐업은 간신히 면했다. 그는 “최근 주변 헬스장 두어 곳이 문을 닫았다”면서 “그래도 버틸 수밖에 없지 않냐”라고 말했다.

#15년째 아현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코로나 19로 급격히 경영이 악화했지만 집합금지 업종에 해당하지 않아 재난지원금은 받지 못했다. 가구점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이를 갚지 못해 또 다른 대출을 받아 돌려막고 있다. 수익이 없어 한계에 다다르고 있지만, 생계를 생각해 쉽게 폐업하지도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사업장 경영을 위해 금융권 대출을 확대하면서 이들의 대출금 규모가 500조 원을 돌파, ‘빚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5월 말 중소기업(소호 포함) 대출액은 521조18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점차 대출이 확대돼 작년 말 497조2926억 원까지 늘어난 대출액은 올해 500조 원을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들의 대출 현황에서도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보험회사의 기업대출 잔액은 130조1000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4000억 원이 늘었는데, 대기업 대출은 1조8000억 원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조2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산업별 대출금 현황에서도 소상공인이 속해있는 서비스업의 대출액 증가폭이 3분기만에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의 대출금 증가액은 지난해 3, 4분기 20조 원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들어 31조1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확대는 곧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소상공인 역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등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업황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생존을 위해선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달 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68.2%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현재 경영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또, 47.8%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으로 추가 대출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최악의 경우 회수 불능으로 이어져 전체 경기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경우) 연체율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대출 증가세가 향후 가져올 파장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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