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회생법원 패싱’…정부 지원사격 노렸나

입력 2021-06-01 18:07수정 2021-06-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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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만남 배경에
구조조정 없는 회생 확신 분석
금융위선 “만남 큰 의미 없어”
법정관리 일정, 시작부터 지연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탄원서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가 회생·청산을 결정할 조사보고서도 제때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나서 금융위원장을 만난 배경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회생의 확신을 전제로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동시에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산업은행에 우회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쌍용차 노조와 만난 뒤 관련 내용을 담당 부서에 전달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조 측의 제안으로 만남이 성사됐고, 장관으로서 의견 청취의 일환일 뿐 큰 의미는 없다”라고 밝혔다.

현재 쌍용차는 법정관리 중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 와중에 쌍용차의 조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회생 시계도 뒤로 미뤄졌다. 회생법원 관리 아래로 들어서면서 쌍용차는 금융위나 산은의 손에서도 벗어난 상황이다. 두 기관도 “법원의 결정이 중요하다”라며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런데 노조는 금융위와 먼저 접촉했다. 만남이 이뤄지기 전, 업계에선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이 대폭 이뤄질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산은과 금융위 어디에서도 사전에 노조와 만난 적이 없고 구조조정과 관련된 얘기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했음에도 노조는 “그런 뉘앙스를 전달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쌍용차 인력 구조조정은 앞으로 회생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구조조정의 규모가 어떻든 쌍용차는 인건비 등의 비용 감축을 통해 몸집을 작게 해야만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신규 투자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입을 통해서도 수차례 강조됐다.

특히 쌍용차의 공익채권은 약 7000억 원 규모로 회계 장부로만 판단하면 회생보다 ‘청산’에 더 무게가 실린다. 비용 감축 계획 없이는 법원으로서도 존립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는 인력 감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인력을 줄이지 못하면 전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는 정부 지원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쌍용차가 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준비가 늦어지는 와중에도 노조가 은 위원장과 접촉한 배경이다.

노조로서도 정부에 기대는 것이 유리하다. 산은은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하며 자금을 쉽게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만큼 협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과 노조가 만난 자리는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의 지역구 의원도 함께했다. 이 역시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을 비롯해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내용이 오갔을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도 노조가 우회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쌍용차 지원은)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엮여 있는 문제”라며 “(금융 지원을) 약속할 수 없고 서로 양보해서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노조가 금융위에 직접 지원을 요청한 배경에는 내부적으로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는 요인도 고려되고 있다. 본사 인력은 물론 쌍용차와 연계된 부품업체의 일자리가 걸려 있어 청산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은 위원장도 이러한 요인을 고려해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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