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불공정에 기인한 불평등

입력 2021-06-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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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은 불평등이 심할 뿐 아니라 그 원천이 불공정에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불공정으로 인한 불평등이다. 한국의 불평등은 대표적 신자유주의 국가인 미국과는 구조나 원인이 많이 다르다. 미국은 상위 0.1%, 1%의 소득 집중도가 높고 소득불평등이 시장의 경쟁에 주로 기인한다. 소수의 실리콘밸리 사업가나 월가 금융인 등의 소득이 아주 많다. 반면 한국은 상위 10% 소득 집중도가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소득불평등의 원인이 법과 제도의 불공정한 특혜나 과보호에 주로 기인한다. 한국이 미국보다 불평등을 받아들이기 더 어렵고, 사람들이 불공정한 대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서 상위 10%는 어떤 사람들일까? 재벌,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진, 임대사업자 등에서부터 성공한 정치인과 관료, 의사 등 전문직, 교수, 공무원, 괜찮은 자영업자, 금융기관 및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등이 포함될 것이다. 많은 국민이 갖고 싶어하고, 가능하다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업이다. 이들 상위 소득자들이 향유하고 있는 정책적 특혜와 과보호, 세제 혜택 등을 알아보자.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특혜는 잘 알려져 있고, 금융기관 경영진의 고액 연봉도 경영능력보다는 진입장벽을 통해 얻어진 독과점 이익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임대사업자의 경우 주택임대소득은 거의 세금을 내지 않고,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세뿐 아니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도 감면받는다. 사무실 상가 등의 임대소득도 법인화를 통한 비용처리와 상속 및 증여 등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의사 등 전문직의 고소득도 엄격한 정원 규제와 업무영역 보호 덕이 크다. 성공한 정치인과 관료는 정부 예산으로 많은 임금을 받고, 낙하산 기회까지 누린다. 일반 공무원이나 교사도 괜찮은 보수와 정년보장, 고액연금의 혜택까지 받고 있다. 교수는 공무원보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정규교수와 시간강사의 차이는 기업의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보다 심하다. 공기업과 금융기관 직원은 정부의 지원과 보호 덕에 고임금을 받을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임금도 노동조합의 단합된 힘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의 덕을 상당 부분 보고 있다.

한국은 상위 10% 정도가 이렇게 크건 작건 특혜를 누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평등을 완화하기 매우 어렵다. 성인 기준 상위 10%는 400만 명 정도 되어 숫자가 많고, 이들이 여론 주도층이라 정치권이 개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남의 탓으로 돌려 개혁의 화살을 피하기는 아주 쉽다. 재벌 탓, 정규직 노동자 탓, 관료 탓, 국회의원 탓, 교수 탓 등이 모두 가능하다. 모두가 조금씩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에 따라 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의 대상도 바뀐다. 불평등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집세는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폭등한 집값·집세의 이익도 소득 상위 10% 정도가 대부분 가져가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비싼 집값·집세는 좁은 국토나 국민성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제도적 특혜가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특혜는 아주 많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거의 과세하지 않는 것, 시가와 차이 나는 공시지가 제도를 통해 부동산 세금과 보유 규모를 크게 줄여 주는 것,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많은 혜택을 주면서 세입자에 대해서는 거의 혜택이 없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돈이 있는 사람이 특혜가 넘쳐나는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청난 도덕적 자제심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참 듣기 좋았다. 그러나 한국의 불평등과 불공정 상황은 바뀌지 않은 듯하다. 많은 국민이 좌절하고 희망마저 버렸을 것이다. 문 정부 사람들이 뜻이나 의지는 있었지만 불공정에 기인한 한국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 주자. 앞으로 불공정과 불평등, 특권과 특혜 등에 대한 논의가 더 많아져야 한다. 국민이 공정이나 평등에 대한 희망을 버리면 개혁의 길은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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