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플라스틱에 ‘N차 인생’을!

입력 2021-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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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다. 분리수거를 하면서 나의 소비패턴을 점검하게 된다. 어떤 물품을 사용했고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재활용상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인 쓰레기 줄이기를 시작하자 마음먹었지만 내 생활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부끄럽다. 음료를 마신 일회용 컵은 줄지 않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이용하는 새벽배송에 충전재와 박스도 여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기업들은 ESG(Environment 환경ㆍSocial 사회적 책임ㆍGovernance 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의 첫걸음인 쓰레기에 신경 쓰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ESG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이다. 상품을 생산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을 재활용해 다시 생산하는 순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재활용을 잘하는 나라다. 2019년 기준 분리수거율은 87.1%에 달한다. 실제 재활용률은 어떨까. 환경부의 국내 폐기물 처리 현황에 따르면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0%대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OTHER'로 표기된 용기는 재활용이 어렵다. 과자나 라면 봉지, 햇반 용기 등에 쓰이는데 신소재 혼합 플라스틱이라서 재활용이 안 된단다. 또 칫솔, 일회용 수저 등 플라스틱 함유가 적은 제품도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대부분 폐기물 연료로 소각된다. 기업들은 재활용이 쉽도록 한가지 재료를 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쓰레기를 묻을 곳은 사라지고 있다. 전국의 매립지와 소각장은 포화상태다. 서울시는 쓰레기를 매립할 곳이 없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인천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시가 2025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환경부와 함께 대체 매립지를 찾고 있지만 지원서를 내는 지자체는 없다. 1차 공모에서 매립지 후보지를 찾지 못해 7월 9일까지 재공모에 나섰지만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지원금 2500억 원과 주변 지역 환경개선사업비 별도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으나 선뜻 나서는 지자체가 아직 없다. 민선 지자체장이 주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수도권 광역자지단체 간 해결책 없는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영구적인 쓰레기 처리 대안을 내놓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늘고 있는 일회용품 등에 쓰레기를 줄이려는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 재활용률을 늘려야 한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페트병은 라벨을 떼어내고 버리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재활용 분리배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배출장에 가면 치킨상자에 은박지나 닭뼈가 들어있거나 플라스틱 용기 안에 음식물이 남아 기름이 흥건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기업과 정부, 소비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히 해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코로나19로 마스크 뒤에서 답답한 숨을 쉬는 것이 일상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조금 불편한 삶을 살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떤 불편을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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