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코인ㆍ주식 세력 살생부 현실화하나

입력 2021-05-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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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고급 레지던스에 롤스로이스, 페라리, 벤츠 등 슈퍼카가 즐비해 있다고 한다. 입주자 대부분이 지난해 주식과 코인으로 떼돈을 번 세력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들이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에 몰리면서 국내에서도 신흥 갑부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몇십억 단위 수익은 이제 어디가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 정도는 벌어야 그래도 돈 좀 벌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하니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상당수 국민들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정상적인 투자로 큰돈을 번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난해와 올해까지 큰돈을 번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일명 ‘주식리딩방’을 이용해 큰 수익을 올린 경우와 코로나19 관련 신규 사업 진출로 테마에 편승한 기업들의 저가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고가에 매도해 차익을 얻은 경우다.

지난해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동학개미들을 대상으로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유ㆍ무료 회원들을 모집하고 활동하는 주식리딩방들이 급증했다. 금융당국과 경찰 등에서 주식리딩방에 대한 단속과 조사를 늘리고 있지만 정작 일부 주식리딩방의 큰 세력들은 느긋하다.

실제 큰 세력들은 유료 회원 수입에 관심이 없다. 정보를 뿌리기 전에 미리 주식을 사두는 선취매매를 통한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경찰은 현재까지는 대부분 회비 미환불, 과다 위약금 요구 등 유사투자자문업 위반 여부를 주로 들여다보고 있어 정작 큰 세력들은 걸리지 않는 것이다.

주가조작을 조사하는 부서에서 주식리딩방의 선취 매매 여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이들을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다.

코인 시장은 더욱 가관이다. 코인 발행을 하겠다며 다단계 사기꾼들이 코인 시장에 몰려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발행된 코인을 시세 조작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이들이는 세력까지 다양하다. 주식으로 인한 피해자 수는 코인 피해자 수에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경찰, 검찰은 물론 심지어 서울시까지 민원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을 정도다.

코인 시세 조작 세력들은 코인 통정매매(종목ㆍ물량ㆍ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해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 허위매수ㆍ매도 등 주식시장에서는 거의 사라진 방식을 통해 시세조작을 일삼거나 주식리딩방처럼 미리 코인을 사들인 후 허위 또는 과장된 내용을 유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인은 자본시장법이나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조작 세력들이 더욱 활개치고 있다. 최근 이들에 대한 살생부가 검찰에서 이미 내사를 통해 작성돼 있고 조만간 대대적인 수사로 잡아들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코인 발행 및 시세조작도 자본시장법이 아닌 기존 형사법으로 모두 처벌 가능하다는 사법당국의 내부 검토가 끝났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증권범죄 관련자 70여 명에 대해서는 내사 등으로 이미 리스트까지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나섰다. 코인 거래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금융위가 맡기로 했다. 우선 가상자산 사업자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ㆍ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기로 했다.

사업자와 그 임직원이 해당 거래소(사업자)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한다. 사업자나 임직원이 자전거래(주식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ㆍ매수 주문을 내어 매매거래를 체결시키는 방법), 통정ㆍ가장매매, 고가ㆍ저가 주문, 허수주문 등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걸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아직 코인 시세 조작 세력 부분은 빠져 있다. 수사는 속도가 생명이라는 말이 있다. 발 빠른 대응이 절실한 때이다. 주식도 주식이지만 코인 시장은 자칫하면 사회적인 큰 문제로 야기될 수 있다. 그 책임은 현 정권이 모두 질 수밖에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듯이 검찰이 하루빨리 나서도록 정권은 길을 열어줘야 한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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