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외모는 돈과 권력?”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본 매력 자본

입력 2021-05-28 17:28수정 2021-05-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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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좋아하면 울리는 세상.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가오면 알람 소리와 함께 분홍색 하트가 휴대전화 화면에 뜬다.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아있으면 함께 알람이 울린다. 여럿이 나를 좋아하면 알람이 여러 번 울린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이내로 다가오면 알람이 울리는 상상의 앱, '좋알람'이다.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은 좋알람이 등장한 세상을 다룬 로맨스 드라마다. 여자 주인공 조조(김소현 분)를 둘러싼 선오(송강 분)와 혜영(정가람 분)의 삼각 로맨스를 그렸다. 천계영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엇갈리는 마음과 함께 성장하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선오(송강 분)와 조조(김소현 분)는 좋알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첫사랑을 키워나간다. (넷플릭스)

좋알람이 등장한 이후 세상은 180도 달라졌다. 사람들은 더는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공들여 다가가지 않는다. 그저 '좋알람' 앱을 켤 뿐이다. 이별을 통보할 때도 헤어지자는 말 대신 앱에 뜨는 '0'이란 숫자를 내민다.

인기의 척도도 좋알람이다. 학교의 최고 인기남 선오가 지나갈 때면 좋알람 앱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좋알람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VIP 배지 클럽'으로 꼽혀 특별 대접을 받는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인 그들만의 리그다.

▲좋은 집안에서 잘생긴 외모를 타고난 선오(송강 분)는 학교 복도를 걷기만 해도 좋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린다. 선생님이 학습 분위기를 해친다며 강제로 좋알람을 끌 정도다. (넷플릭스)

싱그러운 알람 소리가 늘 반가운 건 아니다. 좋알람은 쉴 새 없이 울리며 내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마음을 전한다. 보건실에서 상처를 치료하던 혜영은 자기도 모르게 좋알람이 울려 조조에게 짝사랑하는 마음을 들켜버린다. 이미 절친 선오가 조조를 좋아하는 걸 아는 상황. 혜영은 열심히 마음을 숨기려 하지만 숨기기 쉽지 않다.

반면 좋알람을 한 번도 듣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사람들도 생긴다. VIP 배지 클럽에 들고자 갖은 노력을 하는 이른바 '관종'이 생기는 가하면, 평생 한 번도 좋알람이 울리지 않은 사람들은 외로움과 패배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좋알람이 외모지상주의를 방조하고 세상을 서열화한다며 반대하는 시위대도 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선오와 친한 친구로 지냈던 혜영(정가람 분)은 좋알람 때문에 조조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만, 선오와의 우정을 지키고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숨긴다. (넷플릭스)

좋알람이 없는 현실에서도 외모와 매력은 서열화의 기제로 작용한다. 런던정경대를 거쳐 런던 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을 지닌 캐서린 하킴 교수는 이를 '매력 자본'이라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외모, 성적인 매력, 매너와 스타일 같은 요소들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하킴 교수는 2011년 자신의 저서 '매력 자본'을 통해 "매력이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에 이어 제4의 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매력적인 남성의 소득이 평균보다 14~28% 더 높고, 매력적인 여성이 12~20% 더 번다"고 밝혔다.

외모가 실제 사회·경제적 지위와 연관이 있다 주장하는 사람은 캐서린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국립경제통계학교에서 소비사회학을 가르치는 니콜라 에르펭 교수는 '키는 권력이다'라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키 큰 남성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각종 통계를 통해 증명한다.

▲조조는 누구보다 선오를 좋아하지만, 선오와 함께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는 '좋알람 방패'를 설치해 선오에게 이별을 고한다. (넷플릭스)

실제로 영국과 미국에서는 키 작은 남자가 고등 교육을 받은 비율이 낮으며, 심지어 스웨덴에서는 키 작은 남자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니콜라 에르펭 교수는 "키는 건강 인적자본"으로, 각종 사회 경제적 프리미엄을 낳는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진단을 내렸지만,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캐서린 하킴 교수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은 아름다움과 섹슈얼리티, 매력 자본에 대한 청교도적 앵글로색슨계의 적대감"일 뿐이라며 매력 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장했다. 그는 "매력 자본이 이성애 여성이 가진 비장의 무기"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피기도 했다.

반면 니콜라 에르펭 교수는 키 작은 사람들에 대한 불평등을 차별 기제라 진단하고, 이를 인종 차별과 여성 해방 운동에 빗대어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 그는 키 자체에 대한 접근보다는 세계화를 통해 확산하는 평등과 인권의 가치가 키 작은 사람들에 대한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학창시절 선오 때문에 조조를 지켜보기만 했던 혜영은 4년이 흐른 후, 조조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넷플릭스)

사실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조조가 첫사랑 선오를 두고 혜영을 선택하는 감정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즌 내내 "좋아함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고, 혜영은 그 노력에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타고난 배경과 화려한 외모는 없지만,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하며 조조의 곁을 지켰던 혜영은 좋알람 없이 꾸준한 마음으로 조조에게 다가간다. 혜영은 도서관에서 조조에게 커피를 뽑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좋알람 나오기 전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했어. 자리도 잡아주고, 커피도 뽑아주면, 저 사람이 나 좋아하나 밤새 고민도 하고."

결국, 알람과 숫자 없이도 노력과 진심을 통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타고난 수저와 '매력'까지 갖춰야 성취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다르게 사랑은 '진심'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 비록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어도, 그것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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