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ㆍ현대모비스ㆍ한화그룹 등 경기불황 직격탄
산업계의 1월 7일은 한 마디로 '무산(霧散)의 날'이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의 매각작업이 무산돼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의 합병도 무산됐다.
또한 지난해 기업 인수·합병시장 최대어였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이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연이은 '무산' 소식에 연초부터 침통한 분위기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매각을 추진하던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도 또 다시 무산됐다.
대우일렉 채권단은 최근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미국계 리플우드에 협상결렬을 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결렬의 이유는 리플우드가 대우일렉 인수 후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인수대금을 납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채권단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10월 이후 3년 3개월을 끌어온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해 8월 모건스탠리가 대우일렉 인수를 포기하자마자 리플우드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날 또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 간의 합병계획도 무산됐다. 모비스는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임시이사회 의결을 통해 현대오토넷과의 합병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통과까지 됐던 양사간 합병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간 이유는 상당수의 주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2조8796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모비스는 "상당수의 주주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2조8796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회사의 과도한 자금 부담이 발생하게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과도한 자금부담을 감수하면서 양사간 합병을 진행하면, 양사 성장에도 저해가 될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주주들에게도 미칠 수 있어 합병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세계경기침체와 주가급락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과도한 자금을 부담하면서까지 합병을 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M&A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도 자금조달계획의 난항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인수를 위한 자금 6조5000억원(추정치) 중 약 2조∼3조원의 자체자금 외에는 뚜렷하게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그룹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로 부동산 매각이나 대한생명·한화건설 등의 IPO(기업공개)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로막혀 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한화그룹이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날리더라도 대우조선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M&A 관계자는 "최근 M&A 시장이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기의 위축"이라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들도 우선 현금유동성 확보가 최우선시 되다보니 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올해 경기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나왔지만, 연초부터 들리는 각종 M&A의 '무산' 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