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화의 자금조달 계획 비현실적' 지적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의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본계약 체결 시한 연기 결정이 내려진지 열흘이 지났으나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 매각을 향해 진전된 해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한화그룹 측 매각 실무자들은 대우조선 매각 논의를 위해 수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한 채 돌아섰다.
산은은 한화에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주력할 것을 주문한 반면 한화는 매각대금의 분납을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화는 지난해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은에 제출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체 자금 외에 뚜렷한 자금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산은 관계자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대금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자산매각도 시장상황이 어려워 안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산은 PE(Private Equity)를 통한 한화그룹의 자산 매입을 실무협상을 통해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화측에 자구노력을 포함해 현실성 있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화는 산은의 PE를 통한 자산 인수 제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자산가치를 고려할 경우 헐값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화 관계자는 "산은의 제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면서 "그러나 솔직히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사줄지는 의문"이라고 밝혀 회의적인 시각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면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본계약을 체결하겠지만, 인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면 마감 시한인 이달 30일까지 최대한 시간을 끈 후 '인수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고수한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며 "양측 모두 계약 파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지난 6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과 만나 정밀실사를 위한 협의에 들어갔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