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3)이 올 시즌 가장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호투했지만, 마지막 한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패했다.
김광현은 25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으로 3실점 했다. 삼진은 5개를 잡았다. 이날 경기로 세인트루이스는 1-5로 졌고 김광현은 시즌 2패를 안았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4회 급격히 제구력이 무너지며 3⅓이닝 동안 2안타, 3볼넷, 4실점(1자책)을 기록하고 물러났던 김광현은 일주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라 한층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그는 1-0으로 앞서던 6회 말 2사 후 2점 홈런을 맞으면서 역전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김광현은 올 시즌 가장 많은 104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49개, 슬라이더 27개, 커브가 16개, 체인지업이 12개였다. 김광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73에서 3.09로 높아졌다.
화이트삭스는 이번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팀타율이 무려 0.84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중 1위를 기록 중인 강타선이다. 김광현은 총 8명의 우타자를 앞세운 화이트삭스 타선을 상대로 2~4회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도 실점하지 않으며 6회 2사 후까지 쾌투했다.
1회는 삼자범퇴로 시원하게 출발했다. 팀 앤더슨을 가볍게 3구 삼진으로 잡은 김광현은 애덤 이튼과 요안 몬카다를 좌익수 플라이와 유격수 땅볼로 잡고 공 12개로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시작은 좋았다. 호세 아브레유를 삼진으로 잡은 김광현은 연속해 2안타를 맞고 실점 위기에 몰렸지만 레우리 가르시아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3회에서는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닉 마드리갈에게 2루를 허용한 뒤 다시 만난 1~3번 타자들을 모두 범타로 솎아냈다. 2사 후에는 몬카다에서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중견수로 자리를 옮긴 딜런 칼슨이 몸을 날려 잡아 한숨을 돌렸다.
4회에는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아브레유를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메르세데스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그란달에게 다시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김광현의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본을 상대로 커브, 슬라이더를 바깥쪽과 몸쪽으로 번갈아 던진 뒤 3구째 바깥쪽에 체인지업을 떨어뜨려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가르시아를 상대로는 줄기차게 직구로 승부해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7구째 체인지업을 낮게 떨어뜨려 스윙을 유도하면서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이닝을 끝냈다.
5회에는 세인트루이스 수비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잇따랐지만, 김광현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마드리갈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앤더슨을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수 맷 카펜터가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는 실책을 범해 출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몬카다에게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1-2 유리한 카운드를 만든 후 높은 직구로 1루 땅볼을 만들며 5회를 마쳤다.
김광현의 호투에 침묵하던 타선에도 행운이 따랐다. 상대 선발 랜스 린의 호투에 5회까지 안타를 치지 못하고 있던 세인트루이스는 6회 초 선두타자 토미 에드먼이 볼넷 뒤 2루를 훔쳤고 칼슨의 좌익수 플라이에 3루까지 향해 단숨에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1사 3루에서 폴 골드슈미트가 친 강습타구가 유격수 옆으로 빠지면서 에드먼이 홈인, 세인트루이스가 선취 득점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까지 85개를 던진 김광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어브레유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메르세데스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그랜달을 바깥쪽 승부한 끝에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했다. 2사 1루에서 투구 수 96개가 되자 마이크 실트 감독이 마운드로 향했지만, 김광현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본에게 좌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고, 다음 타자 가르시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결국 6이닝을 마저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5⅔이닝을 잘 던지고도 한 방에 패전 투수가 된 것은 아쉽지만 김광현은 현재 메이저리그 최강 타선인 화이트삭스 타자들을 맞아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 무엇보다 감독을 향해 계속 던지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전하는 모습을 통해 올시즌 부상으로 늦게 시작한 그가 자신감을 회복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