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열기에도 공급 부족…'백조'된 대형아파트

입력 2021-05-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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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 따기' 된 대형 아파트 청약…경쟁률 중소형의 2배
추첨제 물량 노린 유주택자 영향
시행사, 사업성 높은 소형 공급 치중

수도권 아파트에서 대형 아파트 분양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시장 변화로 수요는 커졌는데 공급이 못 쫓아온 여파다.

부동산 정보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20일 기준) 분양한 서울 아파트 중 전용면적이 85㎡가 넘는 대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15.98대 1이다. 소형 아파트(전용 60㎡ 이하ㆍ84.9대 1)나 중형 아파트(전용 60~85㎡ㆍ94.4대 1)보다 두 배 이상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기지역 전용 85㎡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88.1대 1로 다른 평형(소형 12.2대 1ㆍ중형 24.5대 1)을 앞섰다.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넘어섰던 지난해(105.0대 1)보다도 경쟁률이 높아졌다. 다만 인천에선 대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16.7대 1)이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낮았다.

대형 아파트는 청약시장 상황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분양가나 환금성(자산을 현금화하기 쉬운 정도) 면에서 중ㆍ소형 아파트보다 부담이 큰 만큼 청약시장 상황이 안 좋으면 미분양 직격탄을 맞기 십상이었다. 지금처럼 대형 아파트 청약시장이 뜨거운 건 청약자들이 이런 부담을 덜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외려 지금처럼 청약시장이 뜨거운 상황에선 대형 아파트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될 수 있다. 추첨제 물량 덕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전용 85㎡ 초과 물량 중 50%, 청약과열지역에선 70%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유주택자는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유리한 가점제보다 추첨제 물량을 노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 청약을 노리는 유주택자가 많을수록 대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올라가는 이유다.

뜨거운 청약 열기와 달리 공급은 지지부진하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네 곳(605가구) 중 전용 85㎡ 초과 아파트가 일반분양된 곳은 한 곳(219가구)에 불과하다. 경기도에서도 올해 일반분양한 1만282가구 중 2217가구(21.6%)만 전용면적이 85㎡가 넘었다.

이처럼 공급이 지지부진한 건 청약자와 달리 시행자는 소형 주택을 많이 지을수록 사업성이 좋아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지수(기준월 2014년)는 전용 60㎡ 이하는 145.7, 60~85㎡와 85~102㎡ 아파트는 각각 137.5, 131.2다. 7년 동안 소형 아파트와 중형 아파트 분양가가 각각 46%, 38% 오르는 동안 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31% 올랐다는 뜻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요즘엔 단위면적으로 따지면 소형 분양가가 대형 분양가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며 "같은 면적이라도 대형 아파트를 한 채 짓는 것보다 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짓는 게 더 사업성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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