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누르자 기업 대출 ‘껑충’…연체율 관리 비상

입력 2021-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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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5대은행 기업대출 늘리기 나서
4월, 작년 말보다 19.6조 증가
1분기 연체율도 0.04%P 상승

정부가 가계 대출 조이자 은행들은 기업 대출 늘리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계대출을 더 내주기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 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516조9139억 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19조6213억 원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전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 늘어난 것(9조5761억 원)과 비교해 2배가량 큰 규모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서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4월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달보단 6조5641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올해 증가 폭 중 가장 큰 폭이다. 전월과 비교해 1월 증가 폭은 3조8464억 원, 2월 4조7960억 원, 3월은 4조4148억 원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가계 대출 규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 뇌관으로 인식하고 이를 줄이는 데 힘써왔다.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17개 시중은행 여신 부행장들에게 대출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는지 점검을 당부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가계 대출을 관리하자 은행은 가계대출 대신 기업 대출 늘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신규 자본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바젤Ⅲ 조기 시행을 조건으로 은행들은 분기별 기업 대출 비중 목표치를 받았다.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은 전체 신규 대출액 중 기업 대출을 57%, 농협은행은 51%를 유지해야 한다. 가계대출을 늘린다면 은행이 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대출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부서를 강화하고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 등의 1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03~0.04%포인트(P) 상승했다. 코로나19의 금융 지원으로 중소기업에 대출 만기 연장 등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연체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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