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미드나잇 인 파리’ 당신이 가보고 싶은 시대는 어디입니까

입력 2021-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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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이사. 신태현 기자 holjjak@
요즘 가끔 멍 때리며 컴퓨터 모니터에 외국 명소 사진을 띄워놓고 흐뭇한 상상에 빠져보곤 한다. 이제는 코로나와 평생 함께 가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백신 접종 후에 그나마 ‘보복적’ 여행이라도 떠날 생각에 위안을 삼는다. 역시나 대리만족하기 좋은 영화를 찾다가 오래전에 봤던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를 다시 보았다.

2008년에 사는 작가 길(오웬 윌슨)이 자신이 가장 가보고 싶은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겪는 여러 일을 영화는 감독의 스타일대로 잘 녹여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 이네즈(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파리로 여행을 온 길은 아예 여기에서 머물며 작가 생활을 하고 싶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을 쓰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 그러나 아네즈는 이런 예비남편 길이 영 마뜩잖다. 그러다 홀로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은 호텔 가는 길을 잃게 되고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차에 올라탄다. 그가 도착한 곳은 파리의 예술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사하며 천재적인 문화 예술인들이 세기의 걸작들을 양산했던 1920년대의 파리다.

평소에 그가 꿈에서라도 동경하던 작가와 예술가들이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까지) 그를 환영하고 함께 술집을 유랑하며 밤을 새워 예술과 인생을 얘기한다.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길에겐 정말 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아뿔싸!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와의 사랑까지 싹트게 되면서 한밤의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되지만, 2008년의 파리는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이 영화는 당신이 꿈꾸는 혹은 가보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시대는 언제인가를 묻는다. 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우디 앨런은 그답게 1920년대 파리를 선택했다. 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드는 영화 틈새에 감독은 현학적 허세와 자본의 횡포, 그리고 위선적이고 형식적인 결혼 제도에 대해 그만의 장기인 가시 돋친 힐난들을 곳곳에 깔아 놓았다. 그러나 역시 백미는 그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믿음과 판타지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우연히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여인과 함께 파리의 다리를 총총히 걸어가는 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사랑을 이 세상에서 뺀다면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케 된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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