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여성 장관 발탁 의지 강해…"여성 과기부 장관 언제 또 찾겠나"
야권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자중지란을 일으킨 장관 인사 문제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자진사퇴로 출구를 찾을 여지가 생겼다. 문제의 세 후보자 중 박 후보자 사퇴로 정리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 가장 부적격 여론이 큰 이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알려져 있다. 논문 표절과 가족 동반 국비 출장, 위장 전입 등 본인의 도덕적 결함이 다른 두 후보자에 비해 더 심각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국민의힘 또한 마찬가지다.
한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경우 어쨌든 자신이 아닌 부인의 흠인데, 임 후보자는 특히 논문 표절의 경우 넘어가기 어려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13일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님과 해양수산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며 “논란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퇴의 뜻을 표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전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최소 1명 낙마’를 촉구하고, 당 지도부도 같은 의견을 청와대에 전한 만큼 물밑에서 조율한 결과로 보인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심과 당 지도부 의견을 수렴해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박 후보자의) 결정을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이 더 좋지 않은 임 후보자를 두고 박 후보자 낙마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임 후보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 대통령의 여성 장관 발탁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다.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보는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임 후보자와 관련된 논란은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일 때 과거 학계 관습에 따른 것으로, 지금 엄격해진 도덕성에는 맞지 않더라도 낙마시킬 정도는 아니다”며 “최초의 여성 과기부 장관을 배출한다는 데 의미가 크기 때문에 지켜줘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낙마한다면 언제 또 여성 인재를 찾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 사퇴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낙마 1순위’인 임 후보자가 건재하다는 이유로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명분을 찾았기에 임 후보자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임명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들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