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4개 개발지 투기 탈세 혐의자 289명, 2차 세무조사 착수

입력 2021-05-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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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조사단, 자금출처 부족자 등 조사대상 선정…"자금 흐름 끝까지 추적"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2청사에서 부동산 탈세 혐의가 포착된 289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A회사는 수도권 지가 급등 지역 부동산을 사업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처럼 꾸며 금융기관에서 수백억 원을 차입했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와 법률 비용을 사업경비로 처리해 소득금액을 탈루했고, 사주 가족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며 법인자금을 유출시켰다.

#신고소득이 미미한 임대업 B씨의 자녀와 배우자는 개발지역의 오피스텔과 상가 등 수십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B씨는 도시재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수용으로 거액의 보상금을 수령했고, 이 보상금을 편법으로 증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회사 퇴직자 C씨는 위장전입과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가지고 농업인으로 위장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농업회사법인은 농사는 짓지 않고 개발예정지 일대 수백 억대 농지를 취득했고, 텔레마케터를 최대 900여 명까지 고용해 지분 쪼개기로 단기간에 800회나 토지를 양도했다. 국세청은 수입금액을 누락하고, 가공 인건비를 지출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잡고 최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3기 신도시 예정지구 6개 지역을 포함한 전국 44개 지역 대규모 택지·산업단지 개발지역에서 부동산 탈세 혐의가 포착된 289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13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발지역 대상지를 확대해 다수의 탈세 혐의자를 포착하고, 제2차 세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1차 조사에서는 광명 시흥 등 제3기 신도시를 중점적으로 살폈지만, 이번에는 대규모 택지·산업단지 개발 지역 44곳 등 전국으로 분석 범위를 넓혔다.

주요 세무 조사 대상은 토지 취득 과정에서 편법 증여받거나, 법인 소득을 누락한 혐의자 206명, 업무와 무관한 부동산을 사들이며 탈세를 일삼은 법인 28곳, 법인 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 사주 일가 31명, 목적을 속여 농지를 사들인 뒤 이를 쪼개 판 농업회사법인·기획 부동산 등 19곳, 수수료 신고를 누락한 중개업자 5명이다.

토지의 경우 고액의 담보대출이 가능하지만, 대출금을 고려하더라도 소득·자산 대비 취득 자금 원천이 부족한 경우를 다수 확인해 세무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금융 계좌 간 거래 내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을 확인해 취득 자금 원천과 그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각오다.

김 국장은 "취득 자금이 소득 등을 통해 적정하게 조달한 것인지, 편법 증여받은 것인지가 주된 검증 대상"이라며 "자금 조달 과정에서 사업소득을 누락하거나 법인의 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한 혐의가 있는 경우, 차입금이 친인척으로부터 빌린 것처럼 의심되는 경우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점검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인과 사주 일가, 농업회사법인, 기획 부동산,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해서는 법인세·소득세 등 신고 내역을 더 정밀하게 검증한다. 아울러 개발지 토지의 취득·양도 내역에 한정하지 않고, 수입을 누락 여부와 가공 경비 계상, 법인 자금 회계 처리 적정성 등 신고내역도 정밀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조사과정에서 장부의 거짓 기장이나 거짓 증빙・문서 작성과 수취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고, 토지 명의신탁 등 부동산 거래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김 국장은 "경찰청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진행 과정에서 발견된 연소자의 고액 토지 취득 자료 등 탈세의심자료를 통보함에 따라 자료를 정밀 분석 중"이라며 "탈세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탈루세액을 추징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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