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연 '이주노동자의 노동여건 및 정책과제'…근로조건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악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주평균 근로시간이 50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높았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보사연이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 5월호’에는 이 같은 내용의 ‘이주노동자의 노동여건 및 정책과제(김기태 부연구위원)’ 보고서가 실렸다. 이번 연구를 위해 김 부연구위원은 국적, 성별, 직종, 취업 여부를 고려해 선정한 비전문취업 노동자 692명, 방문취업·재외동포 노동자 735명 등 총 1427명을 면접조사했다.
연구 결과, 국내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외국인 노동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0시간으로 조사됐다. 연장근로를 포함해 법정 근로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비율도 24.6%나 됐다. 응답자의 20.7%는 주동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는다고 답했다.
체류자격별로는 비전문취업 노동자의 23.9%가 1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했다. 성별로는 남성 노동자의 19.3%, 여성 노동자의 24.1%가 주 6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실수령액)은 2019년 연말 기준으로 211만2000원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이후 일을 시작한 집단은 186만6000원이었다. 성별로 남성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18만1000원이었지만 여성은 195만2000원에 그쳤다.
임금 만족도는 1~5점 척도를 기준으로 평균 3.15점이었다. 비전문취업 노동자의 만족도가 3.22점으로 방문취업·재외동포 노동자(3.08점)보다 다소 높았다.
아울러 응답자의 4.7%는 지난 1년간 부당해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격적 무시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은 12.3%였다. 조사대상의 2.8%는 직장 내에서 폭행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여성 이주노동자 가운데 2.3%는 성희롱·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 작성 경험이 ‘없다’는 응답 비율은 40.3%나 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실제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나 여러 이유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해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임금, 휴가, 근로시간 등과 관련한 본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핵심근거 중 하나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정책과제로는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작업장 지도·점검 강화, 현행 E9 이주노동자 배정 과정에서 적용되는 점수제 조정을 권고했다. 특히 체류자격별로 이주노동자들의 수요가 다른 점을 고려해 이들의 한국 정착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공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