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주행' 꿈꾸며 '존버'하는 이들에게

입력 2021-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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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기자

'역주행' 신화가 계속되고 있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댄스곡 '롤린(Rollin)'이 발매 4년 만에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남성 보컬그룹 SG워너비의 노래들은 2000년대 향수를 자극하며 과거의 추억과 감성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그룹은 역주행 외에도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의미의 속어) 정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그룹들의 성공을 제 일처럼 기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묵묵히 걸어온 지난 시간에 높은 점수를 매기며, 비록 당장 힘들지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버티면 언젠가 빛을 볼 것이라는 희망을 이들을 통해 얻고 있다.

역주행에는 '1만 시간의 법칙'도 소환된다.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성공 뒤에는 타고난 재능보다 오랜 기간의 노력이 있었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세계적인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가 자신의 논문에 쓴 내용을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논문의 저자인 에릭슨은 '전문가'와 '1만 시간'이 묶이는 것에 대해 오해라고 말했다.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그는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옳은 방법'으로 버텼는지에 따라 1등이 되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무작정 시간만 투자해선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고용 보조 지표에 따르면 올해 1~2월 청년층의 실업률이 27%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청년들의 삶은 절대 녹록지 않다. 우리 사회가 '존버',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며 언젠가 올 '역주행'을 꿈꾸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역주행을 이룬 이들은 '그냥' 버티지 않았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브레이브걸스는 방송 출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군부대 공연에 집중했다. 50여 회에 달하는 공연을 다니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룹이 존폐 위기에 놓였을 때도 무작정 기다리지 않았다. 멤버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거나 역사 공부를 하는 등 새로운 길을 적극적으로 찾았다.

SG워너비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그룹 활동이 이어지지 않는 시기일지라도 언제나 음악과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뮤지컬, 작곡 등 다양한 음악 형태로 팬들과 소통했다.

우리 사회가, 그리고 청년들이 '존버'에 '가즈아' 정신을 더했으면 한다. 단순히 '존버=역주행'이라는 당의정(糖衣錠)의 달콤한 유혹에 취해 있어선 안 된다. 우리의 삶을 '불기둥'(주식에서 상승을 뜻하는 말)으로 이끄는 것은 기다림이 아닌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 더 힘낼 수 있는 '의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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