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호 父 "잔인하다…아들 죽어가는데 현장 중계하듯 보고"

입력 2021-05-10 15:24수정 2021-05-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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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중 300kg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22살 故이선호 씨
故이선호 父 "직원들 119 신고 안 하고, 윗선에 보고만"
"현장에 안전요원 없어, 인건비 줄이려다 난 사고"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던 이선호 씨가 사고로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가 일어난 개방형 컨테이너. (고(姑)이선호 군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지난달 22일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 컨테이너에 깔려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아버지가 사고 당시 직원들이 119 신고를 하지 않고 "윗선에다가 현장 중계하듯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사고가 인건비를 줄이려는 욕심에 벌어진 사고"라고 강조했다.

이선호 씨의 아버지는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사건 당시 선호 씨는 군 복무 뒤 복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일터에서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다. 한 번도 투입된 적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보조로 투입됐다가 컨테이너 상판이 떨어지며 참변을 당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고 직후 119 신고나 가족 연락 등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씨 아버지는 "현장 책임자가 무전기로 윗선에다가 ‘큰일났다. 119 와야 할 것 같다’고 보고를 했다. 이 무전을 받은 김 모 대리가 현장으로 달려간다. 보니까 애가 그렇게 되고 상황이 그러니 먼저 119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신고하지 않고 또 다른 윗선, 사무실에 있는 김 모 대리한테 전화를 한다. 그 전화를 받은 김 모 대리가 119에 신고했다고 저한테 이야기하는 녹취 파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과 현장에) 같이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도 꽝 해서 보니까 제 아들이 깔려있었던 거다. 한국 사람들 보고 병원차 좀 불러라 하면서 제 아이가 깔려있던 그거를 들려고 하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말 참혹하다. 너무 잔인하다. 저한테 연락이라도 해 주셨어야 했다"며 “(당시 현장에서) 인간의 극과 극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씨 아버지는 이번 사고의 본질에는 인건비를 줄이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또 "아이가 자발적으로 들어가서 쓰레기를 주웠다 해도 사건의 본질은 회사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처음 가본 현장에서 관리감독자나 안전 장비 없이 일하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장 관리자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제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 두 사람 중의 한 명은 진심 어린 사죄를 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자기는 그런 것을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 발뺌하고 있기 때문에 (아들이) 눈을 아직 못 감았다"고 말했다.

또 이 씨 아버지는 "제 아이를 강인하게 키워보려고, 돈의 소중함이라든지… 그래서 애를 데리고 다녔다"며 "그런데 어떻게 보면 결과는 제가 아이를 사지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이 저를 많이 힘들게 하더라"라고 마음 아파했다.

덧붙여 그는 "더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 이 가슴 일들이 제 아이,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길 희망한다"며 "정말 여기에 관계됐던 사람들, 뼈아픈 교훈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는 이런 희생자 안 나오게끔 전부 다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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