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집값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했지만, 오히려 집값은 더 뛰고 있다. 여의도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많게는 5억 원까지 뛰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3일 조사 기준) 서울 서초·송파·영등포구 아파트값은 각각 0.15% 올랐다. 강남구와 양천구도 각각 0.14%, 0.12% 상승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이 포함된 곳들이다.
특히 여의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매물이 줄면서 호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시가 여의도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지난달 21일 444건이던 여의도 아파트 매물 건수는 다음 날 440건으로 잠시 주춤하다가 규제 발효일인 지난달 27일 446건으로 다소 늘었다. 하지만 이후 여의도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달 28일 433건, 이달 10일 현재 362건으로 크게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거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처럼 매매에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매물 자체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주택 매매를 제한하는 규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건축을 허용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여의도동 D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아파트 매입 문의가 끊기고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면서 "그래도 서울시가 오히려 재건축을 허용할 것이라는 신호로 인식되면서 호가는 더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79㎡형은 지난달 신고가(19억5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20억3000만~24억 원을 호가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여의도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1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데다 정부의 도심 내 주택 공급 의지도 강한 만큼 시장에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도 크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도 여의도 집값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