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기술 베끼고 계획서 빼돌리고...스타트업이 멍든다

입력 2021-05-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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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기술탈취 분쟁 상담 매년 6000건 이상…피해 금액 2243억 원 달해

#구독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신생창업기업) A사는 최근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영위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 이후 해당 스타트업은 A사와의 미팅에서 서비스와 내부 데이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투자를 논의해 본다던 그들은 얼마 후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A사는 곧바로 항의했지만, 그들은 “우리도 전부터 준비한 것뿐이다. 문제될 게 없다”고만 답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주역으로 자리 잡은 스타트업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멍들고 있다. 빈번한 기술 유출로 사업이 흔들리거나 손실을 보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탈취와 분쟁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상담 요청이 매년 6000여 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통합 상담 건수는 2018년 5724건, 2019년과 2020년 각각 6152건, 654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들은 분쟁 조정과 기술 보호에 관한 법률 자문을 지원받는다. 최근 3년간 기술유출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금액은 2243억 원에 달한다.

스타트업에서 기술 유출이 일어나는 경로는 다양하다. △공모전이나 협력 제안과정에서 아이디어 도용 △지원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업계획서와 기술자료 유출 △투자사(거래처) 및 임직원의 기술 유출 △해킹 및 M&A(인수합병)를 통한 탈취 등이다. 특히 협력 제안이나 투자를 빌미로 한 아이디어 편취는 빈번하다.

정산관리 플랫폼 스타트업 B사 대표는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사 임원과 세부적인 사업 내용과 계획에 대해 회의를 했다. 그러나 해당 임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B사와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유출되는 일도 있다. 반려동물 검역대행 스타트업 C사는 후발 경쟁사의 소개 글에 자사가 정부 지원사업 공모 당시 작성했던 문구가 그대로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외에도 디자인이나 홍보 방식, 주요 서비스를 교묘하게 베끼는 사례가 상당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모를 수밖에 없는데 특히 ‘선정되게’ 쓰는 방법은 더욱 모른다”며 “여기저기 조언을 구하다 보니 내용이 밖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국내 최초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뺏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은 기술 유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 서비스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는 침해 적발이 어렵다. 침해 여부를 가리는 심판 비용만 최소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심판에서 해결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면 금액은 더 커진다.

특허법인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침해를 가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데, 특허 출원이 미흡할 때는 기술적인 판단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심판이나 소송, 중재를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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