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앨버트’가 상자째…英도자기 마을은 외교관 아내들의 쇼핑성지?

입력 2021-05-0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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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방문에 100만 원어치씩 싹쓸이…“환영합니다” 한글 간판까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으로부터 부인의 도자기 반입 및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배우자의 유난스러운 도자기 사랑이 구설에 올랐다. 박 후보가 2015~2018년 영국 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아내가 사들인 고가의 도자기 장식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반입한 뒤 판매한 탓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배우자의 밀수 의혹이 불거진 고가 도자기 구매가가 최대 20파운드(약 3만 원)였다고 답변했다.

그는 “영국에선 주말마다 카 부츠(car boots·자동차 트렁크를 매대로 이용하는 벼룩시장)라는 벼룩시장이 열리는 데 아내가 취미로 도자기나 소품을 구매했다”며 “이렇게 구매한 물건을 집안 장식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다 2018년 귀국하면서 이삿짐 화물로 들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품목별 가격은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구체화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의 배우자가 사들여 국내로 들여온 도자기 수량은 티팟 50여 개, 커피잔 400여 개, 장식 접시 200여 개, 도자기 꽃 100여 개, 그릇 100여 개, 기타 장식 소품 400여 개 등 총 1250여 점이라고 밝혔다.

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의 잉글랜드 중부 도자기 마을 스토크온트렌트의 명품 그릇 매장 ‘버얼리’ 입구에는 한글로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코로나19 이전에 한국인 손님들로 북적였던 영향이다.

스토크온트렌트는 본차이나 영국 도자기의 탄생과 역사를 같이해온 곳으로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버얼리뿐 아니라 로열 덜튼, 로열 앨버트, 포트메리온, 웨지우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 공장과 아웃렛이 밀집해 있어 ‘도자기 성지’로 여겨진다.

이곳 매장 안에는 고급 도자기 그릇과 볼·찻잔 등이 쌓여 있고, 매대에는 ‘스페셜 오퍼 50% 할인’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아웃렛(창고형 매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도자기들이 한국보다 7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에 한국인들은 한 번 방문하면 700~800파운드(한화 약 109만~125만 원)어치씩 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전에는 도자기를 사서 한국에 보내주는 그릇 전문 구매 대행업도 성행했다. 한국인 교민들은 이곳이 외교관·주재원 아내들의 쇼핑성지라고 귀띔했다.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영국 주재 한인들 사이에선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올해 초 국내에 있는 가족에게 도자기 20여 점을 보내며 관세로 약 25만 원을 지불했다는 교민 김 모(34) 씨는 “나같이 순진한 서민만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공무원들도 다 그런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바라볼까 곤혹스럽다”면서 정부 부처를 대표해서 나온 외교관의 아내가 국가 망신을 시켜서 부끄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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