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사저 예정지 놓고 동네 간 대립 고조...“오지 마” VS “일루 오세요”

입력 2021-04-29 11:04수정 2021-04-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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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건립 예정지 평산마을 주민들 반대에 결국 23일 공사 중지
취임 전 살던 매곡마을에서는 뜻모아 “돌아오세요” 현수막 내걸어
청와대 측 “지역 주민 불편 없도록 잠시 중단” 이전 가능성 부인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일대에 문재인 대통령 양산 사저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私邸) 건립을 놓고 마을 두 곳이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사저를 건립하기로 했던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은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기존 사저가 있던 매곡마을 주민들은 사저 건립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9일 청와대 경호처는 “경남 양산시에 지난 23일 문 대통령 사저 공사 중지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최근 하북면 지역 단체들이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사저 건립을 추진했다면서 지역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반발한 것에 따른 조치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 상주하던 청와대 경호처 요원 일부가 27일 철수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청와대 경호처는 이달 8일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주민 대상 착공보고회를 열고, 지하 1층·지상 1층 2개 동 규모의 사저 경호동 공사에 착수했다. 앞서 경호처는 지난 3월 15일 양산시에 착공계를 제출하고 연말까지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북면 이장협의회·주민자치위원회·새마을지도자협의회 등 지역 단체들이 대통령 사저 건립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대통령 사저 건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사저 건립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부터 지역 부동산이 요동치고, 주민 간 갈등이 생기는 등 마을에 불화가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 퇴임 후 경호를 위해 마을 곳곳에 CCTV가 설치되고, 방문객들이 몰리면 교통 체증 등 지역민들이 불편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산시의 소극적 태도가 주민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양산시는 사저 건립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23일 급하게 주민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지만 지역 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지만, 진입로 확장이나 건축규제 완화 등 요구는 청와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뒤 거주할 사저를 짓기 위해 지난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땅 2630.5㎡를 매입했다. 취임 전 거주했던 경남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 자택은 터가 좁아 경호시설 신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조용한 매곡으로 돌아오십시오

평산마을 사저 공사가 중단되자 문 대통령이 취임 전 거주했던 매곡마을에서 분주한 발걸음을 보이고 있다. 평산마을 주민들이 사저 건립을 반대하고 나서자 매곡마을 주민들이 “차라리 취임 전 사셨던 우리 마을로 오면 좋겠다”며 뜻을 모은 것이다.

매곡마을에는 지난 27일 “예전처럼 농사 짓고 사십시다”, “가던 발길 돌리십시오”, “여사님 매곡 주민은 기다립니다”는 내용의 현수막 18개가 내걸렸다. 해당 현수막은 모두 자발적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매곡마을 주민들은 “최근 대통령 사저 관련 논란이 안타까워 나선 것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사저 공사 논란이 불거지자 “이전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주민들에게 소음·먼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불편을 줄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조만간 이정도 총무비서관이 직접 양산에 내려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에서 잡음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공사 중단을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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