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보이스와 '온리 원보이스'는 다르다

입력 2021-04-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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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들어 정부·여당이 유독 강조한 내부 방침은 ‘원보이스(one voice)’다. 집권세력으로서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키 위해 내부 이견을 최대한 표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허구한 날 자중지란이 일어난다면 국정이 제대로 이뤄질 리 있겠냐만, 원보이스만 지킨다고 능사는 아니다. 배는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선장의 아집을 말리지 못해 잘못된 항로에 들기도 해서다.

정권 초반에는 국정 목표를 향해 하나 된 당정이 효과적이었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 거수기라고 비아냥거렸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입법·정책에 국민의 신뢰는 두터워졌다. 그 결과가 19대 대선부터 지난해 총선까지 연전연승, 또 정권 후반기임에도 40~50% 선을 유지했던 대통령 지지율이다.

이런 원보이스는 어느새 특정한 기조만을 지키는 ‘온리 원보이스(only one voice)’로 변질됐다. 총선을 앞둔 시기부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비판을 했던 금태섭 전 의원을 공천 탈락시키고 총선 후에도 징계해 ‘부관참시’했다. 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을 남기고 세상을 뜨자 ‘피해호소인’ 호칭을 고집했다. 그 파장에 4·7 재보궐 선거가 위태로워졌지만,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캠프는 공식사과 기자회견 등 내부의견은 묵살됐고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에 좌우되며 결국 패배했다. 천정부지 집값에 하소연은 커지는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자기암시에 골몰했다. 이로 인해 재보궐 패배라는 현실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부동산 정책 수정·보완에 관한 여러 의견을 향해 친문(친문재인)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또다시 ‘원보이스’를 외쳤다.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눠 최선을 찾는 게 민주주의다. 일심으로 향하던 방향이 잘못됐다면 필요한 건 원보이스가 아니라 ‘다이벌스 보이스(diverse voice)’를 담을 큰 그릇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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