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빅클럽 모인다는데…슈퍼리그(ESL)가 논란이 되는 이유

입력 2021-04-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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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일부 축구 '빅클럽'만 모이는 유러피언 슈퍼리그(ESL)가 출범을 선언하자마자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참가 계획을 밝힌 빅클럽들은 ESL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정난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축구계를 비롯한 각계에서는 "축구를 훼손한다"며 거센 비난하고 있다.

▲ESL이 출범하면 앞으로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AP연합뉴스)

ESL, 바르셀로나·맨유 등 12개 빅클럽 참여하는 리그제로 운영

유럽 빅클럽들이 한 리그에 모여 경쟁을 펼치는 '유럽 슈퍼리그(ESL)'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등 빅클럽이 같은 리그에 속해 우승을 겨루는 방식이다. 현재 ESL 창설에 동의한 구단은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빅 6'인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등 총 12개 구단이다.

ESL은 기존의 UEFA가 주관하는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이 아닌 별도의 유럽 리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구상이다. 현재 합류를 밝힌 12개 구단에 추후 3개 구단이 추가로 합류할 경우 15개 구단이 창립 멤버가 돼 리그를 이끌게 된다. 초대 회장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맡는다.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유럽 빅클럽들이 합심한 이유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재정 악화다. (AFP연합뉴스)

빅클럽,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정난…JP모건, ESL 스폰서로 참여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유럽 빅클럽들이 합심한 이유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재정 악화다.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가 대부분인 데다 스폰서들의 지원금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다. 성명을 낸 12개 구단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유럽 축구 경제의 불안정성이 가속됐다"며 "팬데믹은 유럽 축구의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 비전과 지속 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빅클럽끼리 모인 리그가 만들어지면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입 등이 기존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구단들은 성명을 통해 "새 대회의 연대지급액(solidarity payments)은 현재 유럽 대항전을 통해 얻는 금액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초기에 100억유로(약 13조3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창립 구단들에는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35억유로(약 4조6782억 원)가 주어진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JP모건도 ESL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영국 '더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금융사 JP모건이 ESL에 46억 파운드(약 7조1185억 원)를 투자하는데, 창립 멤버들은 매해 모든 경기에서 지더라도 1억3000만 파운드(약 2011억 원)를 받을 수 있다. 우승할 경우에는 여기에 2억1200만 파운드(약 3282억 원)가 추가로 주어진다.

▲ESL의 초대 수장을 맡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은 20일(한국시간) ESL이 코로나19로 재정 위기에 놓인 축구계를 구할 유일한 방책이라고 강변했다. (AFP연합뉴스)

페레스 회장 "재정난 심각…인기 떨어지고 있는 축구도 진화해야"

이에 ESL의 초대 수장을 맡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도 ESL이 코로나19로 재정 위기에 놓인 축구계를 구할 유일한 방책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페레스 회장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축구 전문 TV 프로그램인 '엘 치링기토'에 출연해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유럽의 '빅클럽'들이 ESL을 출범하게 된 배경에 관해 설명했는데 "스페인과 이탈리아, 잉글랜드의 주요 구단이 재정 위기의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한다. 우리 레알 마드리드도 엄청난 돈을 잃어 매우 심각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는 "축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TV 중계권료는 하락 추세"라면서 "코로나19가 축구계 모두가 망해가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도 우리 생활의 다른 모든 것들처럼 진화해야 한다"면서 "축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빅클럽 간의 대결이다. ESL 출범으로 중계권료가 올라가고 더 많은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축구계를 이끌어오던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 리그 사무국 등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축구계, 강하게 반발…"ESL 참가하면 국가대표팀에서도 못 뛸 것"

그러나 기존 축구계를 이끌어오던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 각국 축구협회, 리그 사무국 등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UEFA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축구협회와 EPL·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 사무국과 함께 성명을 내고 "(슈퍼리그)는 일부 구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며 "대회가 창설된다면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연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슈퍼리그에 참가하는 구단들은 국내외 리그나 국제대회 참가가 금지될 수 있다. 또 해당 구단에 속한 선수들은 자국 국가대표팀에서도 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현직 축구 스타들도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맨유의 전설적인 수비수이자 은퇴 후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는 게리 네빌은 "그들(ESL에 가입한 클럽 구단주)은 이 나라의 축구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나라에서 이 클럽을 사랑한 팬들과 함께한 100년이 넘는 (축구) 역사가 있다"고 비판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스널에서 뛰었던 메수트 외질(페네르바체)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이들은 월드컵과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하기를 꿈꾸지, 슈퍼리그에서가 아니다"고 썼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19일(현지시간) 1730명의 영국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ESL 출범에 반대하는 의견이 79%로, 찬성 의견(1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AP뉴시스)

영국 정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영국 축구팬 79%가 ESL 반대

프리미어리그의 본고장인 영국에선 축구계를 넘어서 정치권까지 대응에 나섰다. 영국 정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ESL 출범을 막겠다고 공언했고, 아직 할아버지 필립공을 애도 중인 윌리엄 왕세손도 우려를 표명했다.

BBC와 로이터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올리버 다우든 문화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이 일(ESL 창설)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우든 장관은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조사 중이라면서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옵션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인 윌리엄 왕세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슈퍼리그가 우리가 사랑하는 축구를 훼손할 우려를 팬들과 함께 나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19일(현지시간) 1730명의 영국 축구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ESL 출범에 반대하는 의견이 79%로, 찬성 의견(14%)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중에서도 출범에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은 6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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