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세훈의 '상생 정치'가 성공하려면

입력 2021-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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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기자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는 '포용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기원전 331년,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페르시아군을 물리치고 바빌론에 입성한 직후 그 면모를 바로 드러낸다.

바빌론에 들어선 알렉산더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바빌론에 야만인이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문명이 고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바빌론 문명을 목격한 알렉산더는 그리스의 문명을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을 바꾸고 바빌론 문명을 배우는 기회로 삼았다. '헬레니즘'은 그렇게 발아했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청 입성으로 새 전기를 맞은 서울시는 기원전 바빌론과 양상이 다르다. 오 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비판하고 흔적 지우기에 나서면서다.

최근 서울시는 내부망 ‘서울특별시 행정포털’ 페이지 상단과 하단에 있던 ‘I.SEOUL.U’ 로고를 없앴다. ‘I.SEOUL.U’는 박 전 시장이 재임 시절 만든 브랜드다. 박 전 시장 역점 사업으로 분류된 서울민주주의위원회와 남북교류협력단, 서울혁신기획관은 각 실ㆍ국ㆍ본부별 업무보고에서 빠졌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자리를 내주고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다. 복귀 직후 "제 입장에서 보면 전임 시장이 일을 쉽게 뒤집고 없애고 내치고 했던 그런 기억이 있다"며 "속으로는 피눈물이 나는 그런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들 이전에도 서울시는 시장이 바뀌면 사람이 떠나고 팀이 사라졌다. 비극의 연속이다.

반복되는 폐습을 끊어낼 적임자는 오 시장이다. 10년을 야인으로 지내면서 비판과 지지를 동시에 받았지만 시정과 정치 경험 덕에 서울시로 돌아왔다. 정부 헛발질에 따른 반사작용으로 그를 지지한 사람도 많았으나 서울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 그리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메시지가 시민의 마음을 흔들었다. 더는 반목하지 않고 연대해 성과를 내겠다는 말은 갈등이 난무한 현실에 희망으로 다가왔다.

상생과 화합의 정치는 경쟁 후보와 손잡는 것으로 완성할 수 없다. 전임 시장의 업적을 일부라도 기려야 진정한 의미에서 통합을 이뤄낼 수 있다. 타당한 이유와 설명 없이 여러 사업을 뒤엎는다면 상생과 화합은 공염불에 그친다.

박 전 시장 흔적을 지우고 그를 비판하는 대신 주요 현안에 집중해야 짧은 임기에 성공한 시장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서울은 부동산을 비롯해 청년, 미세먼지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나하나 신중히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오 시장이 기억해야 할 일화 하나.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3세와 세 번의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지만 전투 중 다리우스 3세가 죽은 걸 확인한 뒤에는 자신이 입은 망토를 벗어 덮어줬다. 이후 페르시아 수도 페르세폴리스로 보내 왕에 걸맞은 장례식을 치르라고 명했다. 이는 페르시아 대중으로부터 지지와 정통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시대는 변했어도 화합의 방법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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