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 '부동산·불공정·내로남불'에 시민 분노 표출했다

입력 2021-04-08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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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분석…냉정한 '문재인 정권 심판'의 장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받고 있다. (신태현 holjjak@)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치러진 만큼 지난 4년간 정권의 불공정, 내로남불, 위선 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특히 진보 성향이 짙은 20대마저도 일부 이탈층이 생기며 보수 측에 표를 내줬다. 또 그동안 정치적 의사표현에 소극적이었던 샤이 진보, 샤이 보수층도 상당수 투표장에 나왔다. 실제 2~3일 진행된 사전투표에는 유권자 중 20.54%가 참여해 재보선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그리고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잘했다기보다는 국정 운영에 실패하고 공정 문제를 부각시킨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① ‘재보궐 선거=부동산 심판’ 공식 틀리지 않아

이번 선거는 ‘부동산 선거’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치 못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가 가뜩이나 부동산 정책에 불만을 지녔던 국민의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핀 결과다.

기울어진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여당은 끊임없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내곡동 땅 보상 논란, 부산 박형준 후보에 대해선 엘시티 투기 논란을 잇달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결국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만이 남은 선거로 전락시킨 장본인이 됐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 여당이 패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야권 후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심판의 결과”라며 “여기에 부동산과 LH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크게 보면 문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라며 “그 중에서도 부동산, LH 문제가 제일 크고, 그다음에 일자리 등과 관련된 젊은이들 불만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건네고 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② 불공정 분노…‘내로남불’ 결정타

‘불공정’이라는 프레임도 이번 선거의 주요 잣대 중 하나였다.

지난 네 차례의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던 이유도 ‘공정’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패한 이유 역시 덫이 돼 버린 ‘공정’이었다. 그동안 보여준 수많은 위선, 불공정, 내로남불 등의 모습으로 그토록 외치던 공정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선거 기간에도 관련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셋값 인상 논란으로 전격 경질된 지 이틀 만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월세 인상 논란에 휘말렸다. 이들 논란은 ‘공정·정의 회의론’에 기름을 부었고 내로남불 사례를 하나 더 추가하게 됐다.

급기야 여당은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거듭 읍소했으며 “내로남불도 뿌리뽑겠다”고까지 말했다.

이 같은 여당의 간절한 읍소에도 불구하고 4년간 켜켜이 쌓인 정권의 내로남불과 불공정에 분노한 젊은 층과 부동층이 정권 심판의 바람을 탄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당이 패배한 것은 인국공 사태부터 시작해 조국, 추미애, LH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이 국민의 마음을 돌아서게 한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임기 말 보궐선거에서 재평가되고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과의 끊임없는 갈등, 여기에서 이른바 친문의 독선, 독주 등을 목격한 국민의 반발이 총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한 거부, 비판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③ 이번 선거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 심판’

사실상 이번 선거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를 심판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야권에서도 목놓아 부르짖은 것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지 마라, 권력형 성범죄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였다.

이 때문에 여당은 사실상 처음부터 수세에 몰렸고 야당은 보궐선거를 정권 심판의 장으로 규정하며 여세를 몰아갔다.

그런데도 여권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 등을 쏟아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평가했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명명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을 선거캠프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비판이 거세지자 그제야 하차했다.

이 모든 것이 ‘권력형 성범죄’라는 본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온 셈이다.

결과적으로 야권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권력형 성범죄 심판’이 승리에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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