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까지 폭행…가장 약자 향하는 미국 아시아계 증오 범죄의 민낯

입력 2021-04-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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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3건→35건 급증한 증오 범죄
NYT "실제 증오 범죄 더 많을 것"
피해자 상당수 여성…80대 할머니도 피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햄블라에서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한 아시아 여성이 시위에 참가해 '증오는 바이러스'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뉴욕 경찰에 접수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2019년에 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8건으로 늘었고 올해만 벌써 35건이 신고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증오범죄가 경찰에 신고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실제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가 미국 전역의 언론 보도를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110건 이상의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피해자 상당수 여성…80대 여성 노인도 폭행당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 9번가 인근 거리에서 건장한 흑인 남성이 60대 아시아계 여성을 발로 차는 등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출처=트위터 캡처)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는 나이·지역·소득·장소를 가리지 않으나, 피해자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미국 인권단체 '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까지 아시아계 대상 인종차별 범죄 피해자의 68%가 여성이었다. 사회적으로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할 노인 여성도 범죄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29일 뉴욕 9번가 인근 거리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아시아계 60대 여성을 폭행한 일이 발생했고, 지난달 9일에는 뉴욕주 화이트 플레인스 한 쇼핑몰에서 80대 노인 여성이 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의 나이는 83세로 당시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했다.

흉기로 복부를 찔려 사망한 64세 아시아계 여성도 있었다. 3일 오전 7시께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산책하던 아시아계 여성이 노숙자에게 흉기로 복부를 찔려 사망했다. 다만 현지 경찰은 피의자가 약물 중독 등 정신 이상 증세가 있어 이 사건이 '인종 범죄'와는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거주지·차량 불태우거나 때려 부수며 난동 피우기도

▲미국인들이 매사추세츠주 뉴턴에서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아인 증오를 멈춰라’ 시위에 참석했다. (뉴턴/AP연합뉴스)

아시아계 주민이 사는 주택이나 사업장에 인종차별적인 낙서를 남겨놓거나 난동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편의점에서 한 흑인 청년이 금속 막대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일이 발생했다.

난동을 부린 흑이 청년은 금속 막대기를 마구 휘둘러 냉장고와 냉동고, 테이블 등 각종 기물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고, 편의점을 운영하는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연합회 이사장 부부를 향해 "○○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지난달 27일에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마을에서 아시아계 주민의 차만 골라 불태운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급증하는 아시아인 대상 범죄에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4일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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