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냐 법정관리냐"…갈림길에 선 쌍용차, 시나리오 셋

입력 2021-03-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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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투자자 HAAH, 인수의향서 제출 시한 다가와…구체적인 투자 계획 담겨야 P플랜 돌입 가능

▲쌍용자동차 경기 평택공장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쌍용자동차가 갈림길에 섰다. 유력한 투자자가 인수 의사를 통보할 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다.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해 경영 정상화에 나설지, 12년 만의 법정관리에 돌입할지가 머지않아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유력 투자자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는 31일(현지시간)까지 쌍용차에 인수의향서(LOI)를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날까지 투자자의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HAAH가 약속대로 인수의향서를 보내면 한국 시간으로 이날 밤늦게나 4월 1일 새벽이 될 전망이다.

HAAH가 밝힐 입장에 따라 쌍용차의 앞날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HAAH 확고한 투자 의지 전달?…P플랜 ‘청신호’=HAAH가 약속대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인수의향서를 보내면 P플랜(단기법정관리) 돌입에 청신호가 켜진다. P플랜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단기 법정관리를 거쳐 법원 주도로 신속한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21일 회생절차개시와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회생 개시 기간은 2월 28일까지 미뤄졌고, 법원은 한 차례 회생 개시 시점을 미뤄줬다. 충분한 협상을 위해 P플랜 제출 시간을 보장해준 것이다. 쌍용차는 이 기간 내에 HAAH의 투자를 받아 P플랜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HAAH가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시점을 담은 LOI를 보내오면, 쌍용차는 이를 검토해 법원에 제출하고 회생 개시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제시된다면 법원도 이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와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는 LOI를 토대로 즉시 회의를 열고 P플랜 돌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P플랜 사전계획안이 제출되면 법원은 2~3개월 동안 단기간에 법정관리를 끝내게 된다.

▲쌍용차 조립1라인에서 티볼리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HAAH 미온적 태도 유지?…공은 법원으로=HAAH가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면 쌍용차의 운명은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HAAH가 LOI에 대략적인 투자 의사만 밝히거나, 기한 이후에도 LOI를 보내지 않을 경우다.

HAAH는 인수 의지가 있지만, 자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 측이 여전히 고심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 결정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메인 전략적 투자자(SI) 캐나다 업체 1곳, 금융투자자(FI) 중동 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75%인 마힌드라의 지분율을 25%로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1% 지분을 쥐고 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

HAAH와 투자자들은 3700억 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경영난 이후 물품대금과 월급 등을 공익채권 형태로 빌려 지급했다.

법원은 이미 석 달 가까이 회생 개시 결정을 미룬 상태라 마냥 쌍용차의 P플랜 돌입을 기다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특정 날짜를 지정하고, 그 이후에 법정관리에 돌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내달 13일까지 이의 신청 기간을 가진 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3일 전까지 투자 유치와 관련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20년도 임단협 조인식에서 쌍용자동차 예병태 대표이사(오른쪽)와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HAAH 투자 의사 철회?…법정관리 불가피=최악의 시나리오는 HAAH가 투자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다. 유력한 투자자를 잃은 쌍용차는 법정관리 돌입이 불가피해진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청산절차를 피하고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이 강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HAAH와의 계약이 결렬된 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난다면 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전기버스 전문업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사진제공=쌍용차)

한편, 쌍용차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토지 자산을 재평가받기로 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현재의 시장가격으로 자산을 재평가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조치다.

재평가 대상은 경기도 평택공장 등 165개 필지이며, 대상의 장부가액은 4025억 원이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 등 유형 자산을 구매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다시 평가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평가만으로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에 효과가 있다.

쌍용차는 2011년에도 평택공장 등의 토지자산을 재평가했다. 당시 2081억 원 수준이던 자산의 장부가액은 재평가 후 4698억 원으로 늘어났다. 2621억 원의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전체 자산 총액의 18.88%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주주들에게 회사 사정과 관련해 미안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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