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봉 2억 원 늘 때, 직원은 130만 원 줄었다

입력 202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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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총 상위 20대 제조기업 분석…CEO-직원 임금 격차 26.8배
삼성전자 CEO-직원 간 임금 격차 최대 65배
금호석유ㆍLGㆍ현대차ㆍ롯데케미칼ㆍSK도 30배 이상 격차
삼성전자 보수 상승 1위…1년 새 CEO 140%ㆍ직원 18% ↑

지난 1년간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이 2억 원 증가할 때 직원 연봉은 130만 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시총 상위 20대 제조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실적을 거뒀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CEO들의 연봉은 크게 올랐다.

반면, 직원 급여는 오히려 줄며 CEO와의 임금 격차가 더 벌여졌다.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기본급을 제외한 성과급 등이 전년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28일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제조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CEO와 직원 간 연봉 격차는 2019년 25.6배에서 2020년 26.8배로 더 벌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CEO들의 연간 보수액은 2019년 평균 25억1044만 원에서 2020년 27억1809만 원으로 8.3% 증가했다. 반면,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19년 9535만 원에서 2020년 9410만 원으로 1.3%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자업계를 제외한 자동차, 중공업, 정유, 화학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성과급 등이 전년보다 줄어들며 직원 평균 연봉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직원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이 줄어든 SK하이닉스(-20.3%)의 경우 직원 1인 평균급여액에 포함된 미등기임원이 2019년 182명에서 지난해 151명으로 줄면서 평균 연봉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CEO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82억7400만 원으로 직원 1인 평균급여액 1억2700만 원의 65.1배였다.

삼성전자는 1년 사이 CEO의 임금 상승 폭도 가장 컸고, 직원 평균 급여 상승도 가장 컸다. 다만, CEO 보수가 140% 늘 때 직원 연봉은 18% 상승하는 데 그치며, 격차가 커졌다. 지난해 김기남 부회장의 보수는 전년 대비 48억2300만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직원 평균급여는 1900만 원 증가했다.

성과급 논란을 겪었던 SK하이닉스의 이석희 사장 보수총액(24억2700만 원)은 직원 평균(9358만 원)의 25.9배였고, 권봉석 LG전자 사장(17억9400만 원)은 직원 평균(8600만 원)의 20.9배로 전자업계의 임금 격차가 두드러졌다.

전자 업계 가운데 격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난 삼성전기도 경계현 사장의 지난해 보수총액(9억8800만 원)이 직원 평균(8800만 원)의 11.2배에 달하며, 전자업계 CEO의 연봉은 최소 직원들보다 10배 이상은 높았다.

기업 총수들과 직원 간 임금 격차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51억7600만 원으로 직원 평균(1억100만 원)의 51.2배에 달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총액 80억800만 원은 직원 평균의 48.5배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난해 현대차 보수는 40억800만 원으로 직원 평균급여 8800만 원의 45.5배에 달했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로부터 받은 연봉도 19억7200만 원으로 직원 평균의 22.4배에 이르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에서 받은 보수총액이 직원 평균의 39.8배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로부터 직원 평균의 34.4배인 33억 원을 받았고, 지난해 10월 한화솔루션 사장에 오른 김동관 사장은 직원 평균(7500만 원)의 10.1배인 7억5400만 원을 받았다.

직원 급여가 줄었음에도 CEO 보수가 늘어난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조선해양 가삼현 사장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7억49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37.1% 늘었다. 반면, 직원 평균급여액은 6300만 원으로 6% 줄었다. 현대모비스도 정의선 회장의 보수가 10.4% 증가한 반면, 직원 평균 보수는 8800만 원으로 3.3% 감소했다.

시총 상위 20대 제조기업 밖에서는 호텔신라와 대한항공 등이 대표적이었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48억9200만 원으로 전년보다 52.6% 증가했지만, 직원 평균 연봉은 5500만 원으로 15.3%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순환 휴직 등으로 사원들의 급여가 평균 15% 감소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작년 보수는 17억32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5.7% 늘었다.

시총 상위 20대 제조기업 가운데 CEO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줄어든 곳은 20개 기업 중 7곳에 불과했다. 13개 기업은 임금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임원을 제외한 실제 직원 급여를 비교할 경우 직원 평균급여는 더 낮아지고, CEO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직원 1인 평균급여액에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제조기업이 아닌 IT, 서비스, 유통, 금융 등 전 업계로 확대하면 CEO와 직원 간 임금 격차는 더 극명하게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2018년에 전 업계를 아우르는 시총 30대 기업의 CEO와 직원 임금 격차를 비교한 결과 30.3배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업종에 따라 기업 연봉이 갈리고, 같은 업종 내에서도 회사가 어려워 연봉을 깎는 곳이 있는 반면, 연봉을 올리는 기업도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며 “같은 기업 내에서도 CEO와 직원 간 연봉 차이가 벌어지는 등 업종, 기업별, 임직원의 임금 격차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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