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공유 전동킥보드 스타트업이 수익성 방어를 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21-03-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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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산 더스윙 대표 (사진제공=더스윙)

모든 회사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높은 기업가치는 수익성과 성장성에서 오는데, 한꺼번에 모두 추구하기보다는 우선 어느 한 가지에 상대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수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면 수익은 (단기간엔) 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이 투자자는 물론 창업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듯하다.

아직 구멍가게 수준의 전동킥보드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도 모든 결정에 성장과 수익의 딜레마를 마주한다. 가격을 낮춰 사용자 수를 늘릴지,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높일지 또는 킥보드를 밀도 있게 배치해 대세감을 높일지, 배치를 듬성듬성하게 해 킥보드 한 대당 수익성을 높일지 등 대부분은 성장성/대세감 대 수익성/지속가능성을 두고 결정하게 된다.

나는 이 결정을 할 때 스타트업인지 대기업인지에 따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몸담은 산업과 현재/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단순히 회사가 초기 단계에 있다는 뜻일 뿐, 그 회사가 속해 있는 업종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첫째,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에 집중해 압도적이고 독점적인 ‘규모’로 제공하는 회사 유형이다. 우버, 아마존, 에어비앤비와 같은 회사는 같은 물건을 보다 싸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초(招) 독점적인 지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이젠 플랫폼이 가지는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며 가치사슬에서 매우 강한 협상력으로 높은 이윤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규모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당장 수익은 중요하지 않다.

둘째, 이용자 수 기준 상위 10위 이내의 회사들 유형이다. 온갖 정보와 앱들의 홍수 속에서는 사용자들의 시간을 잡는 것이 매우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이 되고,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받는다. 불과 6~7년 전 인스타그램, 왓츠앱, 유튜브 등이 1조 원이 넘는 가치로 인수될 때 모두 의아해했던 반응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당시 인수가격이 높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경향이 반영돼 현재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자랑하는 카카오 그룹은 최근 그 자회사들 각각 수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사용자 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역시 당장 수익은 중요하지 않다.

셋째, 창업자나 팀의 기술력이 매우 높은 유형이다. 특히 전 세계 단 하나의 최고 기술이 전체 시장을 독점할 것으로 보일 때 더욱 가치가 높다. 예컨대 AI나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미국/중국/유럽 등 대륙별로 특정 대학교의 특정 교수님의 연구소 인력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 인력들이 모여 회사를 차리면 모였다는 것 자체로도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다. 역시 당장 수익은 중요하지 않다.

자, 이제 냉정하게 스스로 회고해 본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는 과연 위 사례 중 어느 하나를 목표로 할 수 있을까? 경쟁사들은 앞다퉈 대규모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킥보드 대수를 늘리고, 가격을 운영비 이하로 낮추어 단위당 수익성을 포기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많은 사용자와 탑승 횟수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이 서비스를 일종의 우버 또는 카카오와 같이 선점 효과와 네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자산을 한꺼번에 많이 사서 초단기로 임대하는, 그래서 자금조달비용보다 운용수익률을 높여 마진을 취하는 임대업에 가깝다. 매일 킥보드를 수거하고 충전하고 다시 제자리에 배치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물류업과도 같다. 킥보드가 많으면 사용자 수도 많아지지만, 사용자 수가 많아진다고 킥보드가 많아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매우 따분하고 어쩌면 슬프기까지 한 결론이지만, 위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여느 보통의 회사들처럼 수익성을 절대 방어해야 하지 않을까?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압도적인 규모, 사용자 수, 최고 기술력을 가진 인재를 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저 세 가지를 추구하는 일이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구시대 전략이 아닐까 한다. 부디 이 글이 10년 뒤 성지 글이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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