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어느덧 80세 됐지만…여전히 미성숙합니다"

입력 2021-03-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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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의 마지막 '모드'…윤석화 연출 "함께하는 처음과 끝"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모드 역을 맡은 배우 박정자.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어느덧 이 자리에 와있네요. 80세가 되면 굉장히 성숙할 줄 알았는데, 미성숙한 채로 나이를 먹었어요. 그래도 배우는 성자처럼 너무 지혜로워도 안 되니까."

올해 여든 살을 맞은 '연극계 대모' 박정자가 연극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로 관객과 만난다. 박정자는 초연을 제외하고 벌써 여섯 번의 공연에서 80세 노인 모드 역을 맡았다.

2003년 첫 출연 당시 박정자는 "여든 살까지 매년 이 작품을 공연하고 싶고 80세가 되는 날 나 역시 모드처럼 끝낼 수 있다면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2021년, 그는 '오래도록 기다려온' 80세가 되고 또다시 '해롤드와 모드'를 만났다. 하지만 "더 나을 거라고 자신은 못하겠다"며 '하하하' 웃는 그다.

22일 서울 중구 페이지명동에서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해롤드와 모드'는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콜린 하긴스의 작품으로 19세 소년 해롤드가 유쾌한 80세 노인 모드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두 사람의 우정, 사랑을 다룬 블랙 코미디이자 컬트 연극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사랑을 통해 역설한다.

"80세는 핑계가 아닌가 싶어요. 2003년엔 '해롤드와 모드'를 한 회로 끝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관객들이 저보다 더 좋아하는 거예요. 그렇게 스스로 약속했어요. '이 공연 80세까지 해야 한다'고요."

연출은 배우 윤석화가 맡았다. 2003년 박정자의 초연 때 제작을 맡기도 했다. 윤석화는 "선생님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게 됐다"며 "10년 전 선생님이 '내가 80세가 될 때 그때 연출은 네가 해야 해'라고 했을 때 무심결에 '네'라고 말씀드렸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윤석화는 '가장 아름다운 모드를 박정자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하고 있다.

"박정자 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연극 이외의 이물질은 전혀 없어요. 선생님과 함께해온 연극을 향한 열정과 사랑, 연민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19세 청년 해롤드 역을 맡은 배우 임준혁(상단 왼쪽부터), 오승훈,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 연출 윤석화(하단 왼쪽부터), 80세 노인 모드 역의 배우 박정자.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박정자는 내년이면 배우 인생 60주년을 맞는다. 그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100%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그의 주변인들이 '90세까지 하지'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욕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에 윤석화 씨가 모드를 할 수도 있는데, 그땐 객석에서 즐겁게 모드를 보고 싶어요. 누군가는 이제부터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내가 이 나이 먹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웃음)

박정자는 욕심 없이 가뿐한 마음으로 마지막이 될 '해롤드와 모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박정자는 자신의 '롤모델'인 모드를 연기하는 자신을 보며 관객이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기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드는 무공해예요. 가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80의 생일날, 스스로 삶을 선택하죠. 그 용기가 부럽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날 때 감사하고 계단 오를 때 감사하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때 감사해요. 모든 순간이 감사합니다. 배우 박정자가 모드를 롤모델로 삼았듯 관객들도 저를 보며 '저 80세의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임준혁, 오승훈이 해롤드 역을 맡았다. 신시컴퍼니 박명성 프로듀서가 제작에 나섰다. 오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다 대치아트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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