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쿨 학장·파슨스 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창업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허나 그가 현재 더 야심차게 진행하는 것은 사실 하늘과 우주에서의 벤처이다. 이 중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것이 스페이스엑스(Space X)인데,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는 우주선 장비 제작과 우주수송 벤처 회사이다. 화성으로의 여행과 우주로의 물자수송 비용을 급격히 절감하여 화성을 인간의 또 하나의 토착지로 만들겠다는 거대한 비전으로 만들어진 벤처이다.
이 모델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별나라로의 여행이 무슨 헛소리인지 또는 이런 걸 해서 비즈니스가 되겠나 등의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사실 스페이스엑스의 수익 모델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화성으로 가는 여행이 비싸서도 아니고, 이것이 조만간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 모델을 진행하며 나오는 획기적인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현실 문제를 급격히 해결해 줄 수 있고, 이를 통한 수익이 크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바로 스페이스엑스가 진행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이다. 스타링크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공위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이다. 이제 4G를 넘어 5G의 시대가 온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비싸고 느린 인프라의 구축이다.
전 세계 50% 이상의 인구가 5G는커녕 인터넷 접근을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기존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땅으로 케이블이 들어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지역과 나라에 사는 사람이 지구의 절반을 넘는다. 스타링크는 땅을 파서 케이블을 묻는 것이 아나라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위성 기반 데이터통신용 네트워크 기지국을 만드는 아이디어다.
스타링크는 2019년 5월에 처음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시켰는데, 얼마 전 머스크는 2027년까지 위성 1만 2000여 기를 발사 구축하여 현재 인터넷이 되지 않는 지역까지 엄청나게 빠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지금까지 텍사스주의 시골에 있는 몇몇 학교, 워싱턴주에 있는 구조구호기관, 태평양 연안의 작은 인디언 부족 등에 무료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워싱턴, 위스콘신, 아이다호를 포함한 몇몇 주에서 스타링크는 소비자에게 베타 서비스를 내보내고 있는데 장치 설비료가 50만 원 정도, 한달 이용료가 10만 원 정도이다. 이 베타 서비스는 한국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속도보다 40배 정도 빠르고 끊어지는 경우가 없는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70만여 명의 잠재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전반으로 확대되기 위해 11조 원이 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현재 아주 조심스런 전망으로도 이 마켓은 연간 1조 달러(1100조 원)를 만들어 낼 것으로 추정된다. 어찌 보면 머스크의 테슬라 마켓보다 엄청나게 더 큰 벤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고 여러 잠재적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보완한다는 전제로 가능하다. 예를 들면 모든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위성이 필요한데, 이 위성들이 한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위성끼리 충돌 후 생기는 파편, 기한이 다 되거나 고장난 위성의 회수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하늘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수 있고, 다른 우주 통신 산업과 상충돼 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하늘에서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고 기술적 정책적 보완책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벤처 마켓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