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80% 이상 받을 수 있어
땅 인근 상호금융 담보 더 쳐줘
“이제 주택에 투자하는 건 하수죠. 타 금융권에서 거절된 경우나 낮은 신용등급 또는 소득증빙이 어려운 경우 상호금융을 이용하면 대출을 생각보다 잘 받을 수 있습니다.”
담보 대출을 통한 토지 투자를 권유하는 한 상호금융 대출 중개인의 설명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이 어려워진 주택 대신 토지 등 비주택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관련한 대출이 단위농협에서 이뤄진 것처럼, 토지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 사이에선 대출 문턱이 높은 시중은행 대신 상대적으로 대출이 용이한 상호금융을 이용하라는 ‘팁’까지 돌면서 담보 대출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토지 투기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토지 등 비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9월부터 작년 7월까지 신규 취급된 비주택담보대출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초과한 신규 대출은 약 3조2000억 원으로, 전체 신규 대출의 35.2%에 해당했다. DSR은 대출자의 전체 소득에서 빚(원리금)을 갚을 능력을 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 LH 직원의 땅투기 의혹과 관련한 대출이 단위농협에서 대부분 이뤄졌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듯 토지 담보 대출을 시도하는 이들은 대출 심사가 까다로운 은행 대신 상호금융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토지 담보 대출 중개인은 “토지의 경우 신용상의 문제가 없다면 감정가의 75~80%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신용이나 소득 등 약간 미비한 점이 있어도 (상호금융에서) 진행이 가능하다”고 소개할 정도다.
토지 담보 대출 이용자들이 시중은행 대신 상호금융을 선택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 문턱과 규모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시중은행도 통상 개인을 기준으로 담보인정비율(LTV) 60%를 적용해 대출을 실행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최대 70%까지 돈을 빌려주지만, DSR을 따져야 하는 등 대출 심사가 까다롭다.
상호금융도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의 LTV를 7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담보 가치에 따라 LTV 기준이 10% 더 가산될 수 있다.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 LTV 70% 규제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불과해 제재의 법적 근거가 없다. 또한, 매입하려는 땅의 인근 지역의 상호금융을 이용하면 담보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대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같은 대출에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 이번 LH 직원의 토지 투기 의혹에서도 볼 수 있듯 LTV 70% 이내에서 대출이 실행되며 과정상 문제로 삼을 만한 부분은 없다. 전 단위농협 임원은 “내부 여신규정에 부합되는 경우 공인감정에 의거 담보가치가 충분한 경우에 한해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 역시 “모든 대출은 LTV 70% 이내에서 실행됐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또한 “주택담보 이외의 대출의 경우 LTV의 70% 대출이라는 행정지도 사항이 있긴 하지만 권고적 성향이 강하다”며 “제도적으로 보자면 토지담보대출의 경우 심의 시 차주의 신용, 담보, 상환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한다”고 말하며 제도적인 부분만 따져봤을 때 대출의 원론적인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같은 상황이 되풀이 돼도 법적 제재 근거가 없어 상호금융에선 이같은 투기성 토지 담보 대출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상호금융의 감독 체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다. 상호금융의 감독 권한은 단위농협의 경우 농립수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등 각기 다른 만큼 여신 심사의 융통성을 일반 은행보다 크게 발휘하며 LH 투기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