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명지병원 외래교수
치료자:있습니다.
환자:누군데요?
치료자:바로 접니다.
환자:네?
치료자:정확히 말씀드리면, 과거의 저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잦은 다툼과 불화로 우울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어요. 우리 집이 다른 집과는 분위기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후론 열등감에도 시달렸고요.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뜻도 모르는 철학, 종교 서적을 읽는 애어른이었죠. 그러더니 중학교 1학년 때 ‘정신과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 당시 먼 훗날 제가 자라온 이야기를 써서 자서전을 내면 ‘이런 불행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하면서 독자들을 경악에 빠트리게 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진심으로요! 그런데, 환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서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환자:지금은요?
치료자:지금은 과거의 제가 누렸던 축복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녔다면, 그 수많은 고뇌에 찬 잠 못 이루는 밤을 가질 기회가 있었을까요? 정신과 의사? 그런 생뚱맞은 직업을 떠올리지도 않았을 거고요. 이제 양친은 다 작고하셨지만,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건 바로 두 분의 불화였습니다. 저는 그런 환경을 겪은 어린 시절에 감사를 드립니다. 진심으로요!
환자:흠. 현재는요, 뭐가 감사한가요?
치료자:요새는 감사한 것 천지입니다. 며칠 전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차가 크게 파손되었는데요, 두 아이와 저 모두 이마에 멍이 든 것 말고는 무사했어요. 또 집사람이 달려와서 걱정하는 것을 보고 큰 감동도 받았고요.
환자:…….
치료자:지금 여기, 아직 살아 있어서 당신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옥이라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