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지각변동②]쿠팡ㆍ네이버에 맞설 자, 이베이를 차지하라

입력 2021-03-10 11:31수정 2021-03-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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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미국 증시 입성 시점과 맞물려 이베이코리아도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에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12%를 쥐고 있는 이베이를 손에 넣는 것은 단숨에 절대강자로 발돋음할 수 있는 지름길로 평가받는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전통 유통업체나 라이벌 네이버와 쇼핑 시장에서 맞대결을 예고한 카카오에게도 매력적인 매물일 수밖에 없다.

◇ 점유율 12% 이베이 손에 넣으면 이커머스 절대강자에 '성큼'

최근 쿠팡의 상승세는 경쟁업계에 두려움을 줄만한 정도로 평가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쿠팡의 성장세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3조 원으로 직전년(7조 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신세계ㆍ이마트를 등에 업고 이커머스 업계에서 ‘슈퍼루키’로 급부상한 SSG닷컴의 매출 성장률 53%에 비해서도 월등하다.

파죽지세인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4조6000억 원을 조달하게 되면 이머커스 1인자에 가장 빨리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1위 네이버(17%)에 이어 쿠팡이 13%로 2위다. 양사의 격차는 4%p(포인트)에 불과하다. 이어 이베이가 12%로 바짝 따라 붙고, 11번가(6%)도 추격 중이다.

최근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자금력까지 더해지면 쿠팡이 그토록 외치는 '한국의 아마존'에 성큼 다가가게 된다. 1994년 출범한 아마존은 직접 배달과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인 ‘아마존 프라임'에 AWS(아마존클라우드서비스)까지 내놓으며 2020년 미국의 소매 전자거래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했고, 올해는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한번에 뒤엎을 만한 매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베이코리아다. 이 업체는 2000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G마켓과 옥션, G9 등을 운영한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업체는 단숨에 쿠팡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쿠팡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아마존에서 찾는 것처럼 확보된 자금으로 우선 물류센터 등에 투자할 것”면서 “목표대로 물류가 완성되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 몸값 ‘5조원’…이베이코리아에 누가 군침 흘리나?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16일 예비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MBK파트너스, 카카오, 칼라일, KKR 등이 투자 설명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 사업에 특화된 업체인 만큼 현재 온라인 사업이 부진한 전통 유통업체로서는 구미가 당길만한 매물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플레이어는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MBK다. 현재 국내 식품시장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2%대에 불과해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홈플러스와 이베이를 동시에 운영한다면 쿠팡을 위협할 또 하나의 유통 포식자가 등장하게 된다.

수년 째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온 신동빈 회장의 신년사가 무색할 정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 안착에 난항을 겪고 있는 롯데가 이베이 인수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온’을 이끄는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을 사실상 경질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고 밝히며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직매입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며 오픈마켓 진출을 저울질하는 SSG닷컴도 혹할만한 매물이 이베이다. 신선식품 빠른배송으로 작년 슈퍼 루키로 떠오른 SSG닷컴이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2~4%대에 불과하다. 최근 인수한 야구단 명에 ‘SSG랜더스’를 붙일 정도로 온라인 사업에 공 들이고 있는 신세계ㆍ이마트는 최근 네이버와 협력을 추진할 정도로 사업 확대에 목말라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최근 커머스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카카오도 단숨에 거물급으로 뛰어오를 딜이기도 하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연간 거래액은 기존 3조 원 규모에서 25조 원 규모로 급성장해 거래액 21조 원의 쿠팡을 뛰어넘게 돼 '쿠팡, 네이버, 카카오'라는 온라인 쇼핑 삼국지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베이의 몸값은 4조~5조 원 내외다. 당초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지형도가 급물살을 타면서 가격은 더이상 거론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인수를 둘러싼 물밑 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내부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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