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이 없었더라면?’

입력 2021-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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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대한민국 1호 유니콘 기업 쿠팡이 이르면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다. 한 달 전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발표된 후 기업 가치가 당초 33조 원 수준에서 55조 원까지 치솟으면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상장을 계기로 쿠팡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존재감이 큰 기업인 동시에 예상외로 논쟁적인 기업이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우선, 해묵은 국적 논란이 재연됐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비전펀드)이 투자했다는 이유로 불매 운동 대상이 돼야 한다며 국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번엔 미국 기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상장 주체가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쿠팡 LLC(쿠팡 유한회사)이고, 주요주주가 비전펀드를 비롯해 세쿼이아캐피털, 블랙록 등 미국 투자사라는 점,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진 상당수가 외국인이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상장의 과실이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논리였다.

반면 쿠팡이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고용 및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이라는 반론이 맞섰다. 쿠팡은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에만 2만5000명의 직원을 고용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으로 꼽혔다. 따라서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는 것이다.

쿠팡의 미국 상장이 투자인지 국부 유출인지 논란도 불거졌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13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액 기준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번 기업이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해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없어진 데다 투자 차익이 해외 주주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쓰이게 돼 해외로 유출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미국 상장을 통해 들어오는 돈은 결국 다시 국내 쿠팡주식회사로 출자되기 때문에 외국인직접투자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쿠팡LL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50억6733만 달러인데 쿠팡의 사업이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2013년부터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자금은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집계된다는 것이다. 이 자금은 전국 30여 개 도시에 100여 개 물류센터 설립, 쿠팡맨 고용, 물류시스템 전산 관리 등에 쓰였다.

또 다른 논란은 쿠팡이 근로자에게 좋은 기업이냐, 나쁜 기업이냐다. 쿠팡은 상장 발표 때 배송직원인 쿠팡맨 등에게도 최대 1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 부여하기로 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맨들이 쿠팡의 중추이며 성공의 이유”라며 “이들이 고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우버, 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기업이 숙박공유 호스트나 우버 운전자에게 성과를 나눠주는 이른바 ‘프로토콜 경제’를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 배달직원의 이직률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어 쿠팡 주식을 받는 쿠팡맨은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1년 근무하면 50%, 2년 근무하면 나머지 50%의 주식을 받는데, 쿠팡맨의 70~80%가 1~3개월 안에 그만두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탈 직원 방지 장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노동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택배기사 처우나 물류센터 작업환경 개선 등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배송기사는 지난 주말 또 한 명이 사망했다.

어떻든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쿠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평가대로 ‘한국 유니콘의 쾌거’임이 분명하다. 쿠팡은 상장으로 확보하게 되는 최대 4조 원으로 ‘승자독식’ 구도를 목표로 더욱 무서운 기세로 물류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사명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다. 사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쿠팡이 쓱닷컴, 롯데온, 지마켓 등 경쟁자들을 다 물리치고 진짜 ‘한국의 아마존’이 될 경우, 욕하면서도 계속 이용해야 하는 ‘막장 드라마’가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상장 이후 쿠팡의 행보에 따라 “쿠팡 없이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가 될지, “쿠팡 없이 살았더라면 큰일날 뻔했다”가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쿠팡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떤 기업으로 남게 될지 이제부터는 ‘쿠팡의 시간’이다. h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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