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램지어, “학술지 실리나” 물음에 수정 없는 원본 공개

입력 2021-03-09 06:00수정 2021-03-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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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이메일 인터뷰에 논문 원본 송부
학계 지적한 내용 그대로 유지
영어 문의에는 묵묵부답, 일본어 질문에만 답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보내온 논문 원본. 학계가 지적하는 내용은 수정 없이 남아있다.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왜곡한 논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여전히 자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그가 동료 교수에게 논문 오류를 실토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새 국면을 맞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램지어는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8일 램지어 교수는 법경제학국제리뷰(IRLE) 3월호에 실릴 자신의 논문에 대한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여기요! (どうぞ!)”라며 자신의 논문 원본을 보내왔다. 그동안 램지어 교수는 영어 질의에는 묵묵부답이었지만, 일본어로 보낸 메일에는 답변을 보냈다.

애초 해당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던 IRLE 측은 지난달 3월호 발간을 한 달 미루고 교수에게 해명의 기회를 준 상황이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가 보내온 논문에는 여전히 학계의 지적을 받는 내용 전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논문에는 여전히 “일본 정부가 여성들을 강제로 매춘을 시킨 것이 아니었다”, “일본군이 사기꾼 포주와 협력한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수십 년간 여성들을 속여 일하게 한 한국인 포주들과 관련이 있다” 등의 주장이 펼쳐져 있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015년 9월 30일(현지시간) 본교에서 열린 자신의 신작 출간 기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하버드대 로스쿨 유튜브 계정

또 학자들이 지적하는 10살 일본 소녀 오사키의 증언도 삭제 없이 고스란히 담겼다. 앞서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를 비롯한 학계는 램지어 교수가 증언 인용을 잘못했다고 지적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에는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포주는 그에게 300엔을 선불로 주겠다고 했고 그녀를 속이려 하지 않았다”며 “그녀는 10살이지만 그 일이 무엇을 수반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명시돼 있다. 어린 소녀도 알 정도로 매춘이 자발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의도다.

이에 대해 학계는 “램지어가 인용한 원서에 따르면 오사키는 첫날 밤을 보낸 후 두려워했으며, 끔찍해서 믿을 수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위안부 매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램지어 교수 본인이 1991년 ‘전쟁 전(pre-war) 매춘’에 대해 작성한 논문을 인용하는 등 학계가 지적하는 부분은 모두 그대로였다.

본지가 논문 크로스마크(논문 정보 표시한 인증 마크)를 확인한 결과 해당 논문 출간은 올해 3월로 명시됐으며,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유효 시점은 3월 1일로 등록돼 있다. 이후 업데이트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 앞서 IRLE 공동 편집장인 조너선 클릭도 학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논문 철회 주장이 “비논리적”이라고 반박하며 램지어 교수를 감싸는 모습을 보인 만큼 원본 그대로 학술지에 게재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IRLE 3월호 게재가 확정됐냐는 추가 물음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IRLE의 공동 편집장인 에릭 헬런드와 클릭 역시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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