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부추기는 '로또' 보상제도...개선 목소리 커진다

입력 2021-03-07 16:00수정 2021-03-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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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 집단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토지 보상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보상금 확대를 누린 투기성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관가에 따르면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토교통부는 다른 직원들의 투기 여부도 조사하는 한편 토지 보상체계 개선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이번에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 다수가 보상 관련 업무에 종사한 적이 있어 관련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국회 '토지 지분 거래 허가제' 입법 추진

가장 큰 의혹을 받는 지점은 '지분 쪼개기'다. 현행 보상제도에서 실제 필지 수와 상관없이 1000㎡ 이상의 토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대토(代土) 보상에서 우대를 받을 수 있다. LH 등 택지 개발 공공기관이 대토 선정이나 잔금 청산 등에서 소규모 토지주보다 보상을 더 후하게 쳐주기 있어서다. 대토 보상은 LH 등이 현금 보상 대신 해당 지역에서 공급되는 토지(단독택지나 근린생활용지)로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도 대규모 필지를 매입, 토지 지분을 쪼개면서 이 같은 규정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2·4 주택 공급 대책 후속 조치 일환으로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시흥시 과림동과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지분 쪼개기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경기 광명ㆍ시흥신도시 예정지 곳곳에서 성행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회의원에 따르면 시흥시 과림동에선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토지 지분 거래가 158건 이뤄졌다.

토지 지분 거래는 전부터 투기나 부동산 사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선 수시로 지분 거래를 감시하고 있지만 인력 문제로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선 최근 토지 지분 거래 시 지자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가 발의됐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기성ㆍ유인성 지분 거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택지지구 가짜 농사 적발하고 또 당한 정부

허술한 농지 관리 제도도 도마 위에 오른다. 현행법상 농지 대부분은 경작 계획을 담은 '농지 취득 자격증명'을 발부받아야 취득할 수 있다. 제헌헌법 이래 내려오는 '경자유전(耕者有田ㆍ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갖는다)' 원칙이다.

현장에선 이 같은 경자유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투기 혐의를 받는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도 대부분 농지다. 이들은 해당 농지에 묘목을 심었으나 이후 방치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묘목을 심은 게 지장물(공공사업을 위해 이전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물건) 보상을 노린 것이라고 본다. 이번 투기 의혹을 제기한 김남근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LH 직원이 농사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허위ㆍ과장 영농계획서를 제출한 투기 목적의 매입"이라고 했다.

농지 편법 취득을 통한 투기는 정부도 전부터 파악했던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허위 경작사실확인서로 택지지구에서 영농 보상비 27억 원이 부당 집행된 사실을 적발했다. 전문가들은 경자유전 원칙을 확립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보상 체계 차등화 필요성도 제기한다. 택지 지정 이전 토지 이용 상황 등을 토지 보상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국토부나 LH 등이 택지 후보지 사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제된다. 사전 관리가 외부에 노출되면 또 다른 투기 수요를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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