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ㆍ봄바람 탄 보복소비에 유통가 ‘방긋’

입력 2021-03-07 16:55수정 2021-03-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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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감염증 여파에 억눌렸던 '보복 소비'가 터지며 백화점과 대형쇼핑몰, 교외형 아웃렛 등 가릴 것 없이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국내 여행은 물론 해외 여행 상품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뜻하는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전월 대비 2.0p 상승한 97.4를 기록하면서 실제로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월 황금연휴 백화점 매출 2~3배 ‘쑥’…교외형 아웃렛은 ‘북적북적’

7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2월28일~3월5일) 대비 144% 치솟았다. 개학 정상화로 아동 매출이 363% 치솟았고, 골프(195%)와 해외패션(2111%) 판매도 늘었다. 코로나19 여파에 실외 쇼핑 시설이 인기를 끌면서 롯데의 교외형 아웃렛 매출도 237% 폭등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21.6% 신장했다. 아웃도어가 146.6% 치솟고, 명품도 134.8% 뛴 가운데 여성 장르(141.0%)와 남성 장르( 105.1%)에도 고객이 쏠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명품과 리빙 장르 등 일정 카테고리만 매출이 올랐지만, 한동안 부진했던 패션 의류를 비롯해 아웃도어까지 거의 모든 상품군 매출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에 프리 오픈한 ‘더현대 서울’을 찾은 시민들이 백화점을 둘러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26일부터 3월1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5.5% 늘었다. 특히 지난달 말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첫 번째 맞은 일요일(2월 28일)에 하루 매출 102억 원을 찍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4일 사전 개장 이후 이달 1일까지 더현대서울의 방문객은 150만 명에 육박하며, 매출은 당초 목표 130억 원보다 3배 가량 높은 372억 원을 기록했다. 이른바 ‘오픈빨’을 감안하더라고 기록적인 수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현대백화점 측이 제시한 더현대서울의 올 예상 매출 6500억 원은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목표로 세운 7000억 원도 높여야할 판이다.

개장 직후 주말 더현대서울에 들른 회사원 김 모씨(41)는 “서초구에서 구경왔다가 주차 줄이 길어 오래 기다린 데다 매장에 들어가서도 계산대가 너무 길어 구매를 포기했더니 주차료만 2만원 넘게 냈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다.

개학에 등교 정상화…움츠렸던 학원가 편의점도 ‘활짝’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도 따사로운 봄볕이 들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롯데마트의 냉장 델리류 매출은 전년 같은 요일과 비교해 45.8%, 와인도 64.7% 뛰었다. 나물과 돼지고기 매출도 각각 53.7%, 20.6% 올랐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이마트의 디지털가전과 문구류 매출은 각각 66.2%, 73.1% 올랐고, 인테리어용품과 주방용품도 27.7%, 24.8% 신장했다

개학과 개강 시즌을 맞아 학원가 인근 편의점 매출 상승세도 가파르다. GS25가 2~4일 학교 인근 점포 50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직전주 같은 요일에 비해 브레디크(빵)과 주먹밥, 김밥 매출은 각각 229.4%, 144.5%, 128.1% 치솟았다. 문구류 매출은 572%나 올랐다. CU의 학원가 매장 매출 역시 지난 2일 문구류가 616% 치솟았고, 주먹밥류도 220% 더 팔렸다.

GS25 관계자는 “등교가 시작되면서 학교 주변 매장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며 “상품 재고를 충분히 준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 쇼핑몰 (이투데이DB)

여행 수요 ‘쑥쑥’…해외 숙박권도 폭발적 인기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은 해외와 국내 가릴 것 없이 치솟는 여행 수요로도 확인된다.

인터파크가 2월말 롯데홈쇼핑을 통해 내놓은 필리핀 보라카이 보홀 5성급 리조트 숙박권 방송은 1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인터파크는 앞서 1월 말 롯데홈쇼핑을 통해 판매한 베트남 다낭 ‘노보텔 호텔 숙박권’ 주문금액이 15억원(건수 5000건)을 기록해 70분 해외숙박권 생방송으로 롯데홈쇼핑에서도 최초로 15억을 돌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홈쇼핑에서 처음으로 판매한 해외숙박권이다. 여세를 몰아 인터파크는 괌 호텔 얼리버드 기획전을 진행을 진행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 여행도 인기다. CJ오쇼핑이 지난달 방송한 ‘제주신화월드 숙박권’은 약 2000명의 고객 주문이 몰렸고, 이어 진행한 ‘그랜드 하얏트 제주 숙박권’은 단 1시간 동안 5000명 이상 고객이 주문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공영홈쇼핑이 최근 선보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호텔 △라마다 바이 윈덤 제주함덕 등 국내 숙박권 4회 방송도 총 1만 건 이상,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다.

코로나19 공포 감소에 기저효과도 작용…역풍 불라 ‘조심조심’

유통업계에서는 봄을 맞아 날씨가 따뜻해진데다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감염증 여파로 소비가 급감한데 따른 기저효과도 지목된다. 실제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0.3%로 급감했고, 대형마트 매출도 13.8% 뒷걸음질쳤다. 편의점도 -2.7%로 물러선 바 있다.

다만, 고객들이 몰리고 매출이 반등하는 것은 반갑지만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줄고 있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소비 확산에 걸림돌이다. 4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연장된 가운데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다중이용집객시설의 사회적 거리두기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백화점 등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 몰려든 차량으로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 차량 2부제를 추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논란을 의식해 인기 매장에서는 사전 예약을 도입하는 등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 매출이 워낙 좋지 않았고, 올해 신년 할인 행사도 없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매출 수치가 좋다”면서 “개학을 준비하는 수요와 함께 그동안 쇼핑을 못했던 욕구도 함께 나타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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